이주의 독자 ㅣ 광명시 하안3동 파출소장 배현씨
“직책이 어떻게 되십니까.” “파출소장인데요.” “예?”
사정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놀랄 일도 아니지만, 파출소장 하면 40대 아저씨를 떠올리는 기자에게 스물다섯살 처자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아직도 학생티가 가시지 않은 배현씨는 그보다 10년, 20년 나이가 많은 베테랑 순경을 거느린 경기도 광명시 하안3동의 파수꾼이었다.
배씨는 97년 경찰대학 17기로 입학했다. 특히 여학생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서 58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했다고. 경찰에 대한 동경 때문에 무작정 입학을 고집했지만 부모님은 처음에 결사반대했다. 애지중지 키운 둘째딸이 고된 훈련과정을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혼자 하면 못하겠지만 다 같이 하니까 훈련이 그렇게 힘들진 않았어요.” 하지만 개인보다는 단체생활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일상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단다.
그가 <한겨레21>의 독자가 된 것은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다. 주말마다 외박을 나갈 때면 양재역에 내려서 <한겨레21>을 사곤 했다. 동기들도 많이 보는 주간지고, 참신하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파출소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는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최근 가장 인상 깊은 기사는 ‘25살, 쇼핑퀸’이나 불륜을 다룬 문화면 기사. 문화 트렌드를 알 수 있어 좋았고, 특히 20대 중반의 미혼이다 보니 관심이 갔다고.
파출소장은 일종의 조정자 역할을 담당하는데,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힘든 점이 많다. 그래도 가족 같은 파출소 직원들 때문에 무난히 해올 수 있었다. 특히 부소장님이 경찰대학 여학생을 딸로 둔 아버지다 보니 이모저모 자상하게 가르쳐준다고. 근무시간을 듣고 나선 고개가 절로 흔들어졌다. 파출소장은 보통 1일근무(9시부터 21시), 당직(24시간), 비번을 교대로 한다. 그러나 5월28일부터 월드컵이 끝나는 6월30일까지는 비번 없이 1일근무와 당직을 연달아 해야 한다. “하지만 해보면 이렇게 좋은 일이 없어요. 얼마 전에 들어온 젊은 순경이 봉사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라고 하더라고요.”
하안3동은 근처에 상가와 술집이 많아 술값 때문에 싸우다 파출소로 오는 사람들이 많다. 취객들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그는 “오늘은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는 기대감을 갖는다”며 활짝 웃는다. 하안3동은 재미있는 곳이라나. 그의 꿈은 대학원에서 복지 관련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다. 경찰관이니까 더욱 소외된 사람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씨는 격무에 시달리는 파출소장 이전에, 꽃다운 나이의 처녀다. 언니에게 좋은 사람 소개해달라니까 “너 경찰직 그만두면”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고. 기자의 명예를 걸고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 “이만한 처녀를 어디서 만나겠어요?”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하안3동은 근처에 상가와 술집이 많아 술값 때문에 싸우다 파출소로 오는 사람들이 많다. 취객들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그는 “오늘은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는 기대감을 갖는다”며 활짝 웃는다. 하안3동은 재미있는 곳이라나. 그의 꿈은 대학원에서 복지 관련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다. 경찰관이니까 더욱 소외된 사람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씨는 격무에 시달리는 파출소장 이전에, 꽃다운 나이의 처녀다. 언니에게 좋은 사람 소개해달라니까 “너 경찰직 그만두면”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고. 기자의 명예를 걸고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 “이만한 처녀를 어디서 만나겠어요?”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