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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후보님들, 문화정책에 신경 좀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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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5-1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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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독자 ㅣ 민예총 정책기획팀장 안성배씨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활동가 안성배(32)씨는 양대 선거를 맞아 요즘 밤을 새우기 일쑤다. 문예단체 활동가가 선거 때문에 바쁘다니, 의아해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가 맡은 ‘정책기획팀장’이란 자리는 주로 문화정책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예술가들보다는 관료나 정치인들을 더 많이 상대해야 하는 자리다. 안씨는 양대 선거를 맞아 후보들의 문화정책 공약들을 검증하고 개혁과제를 제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선거 때만 바쁜 자리는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통일시대, 주5일 근무제를 맞아 문화정책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 지를 연구하고 있다.

안씨는 <한겨레21>을 “함께 가는 동지”라고 말한다. 창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애정을 갖고 있단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주간지를 받으면 특히 문화면을 열심히 읽는다.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하지만 문화정책 분야도 그 중요성이 높아지니까 좀 다뤄주면 좋겠네요.” 문제점을 지적해달라고 하자 예상했던 대답이 나온다.

91학번인 안씨는 강경대씨가 죽은 뒤 일어난 5월투쟁을 “내 영혼을 뒤흔든 100일”이라 표현한다. 그때부터 줄곧 문학에 관심을 가져왔고, 학생노동문학위원회 추진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창작에 몰두하던 안씨는 “재주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문화 활동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선배들을 따라 민예총에서 주관하는 문예아카데미에 자주 찾아간 인연 때문인지, 98년 간사로 발탁됐다. 정식 간사가 되기까지는 자원 활동가라는 개념도 서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사무실에 나와 일을 도왔다. 물론 열악한 조건에서 신념만으로 활동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문화판도 다른 데처럼 권위주의적 관계에 얽매여 있어요.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큰 문제죠. 좌절도 많이 했어요.” 그러나 5년여간 활동을 해오며, 자신의 길에 회의를 품어본 적은 한번도 없다고. 그는 문화운동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스스로를 월급 80만원짜리 인생이라고 생각하지만 마세요. 지금 일하고 있는 간사들도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 나머지 대가는 사회에 환원한다고 생각하세요. 쉽게 좌절하지 말고 활동가로서 자기 위상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겠네요.”

안씨는 신입생 때 만나 군대 뒷바라지까지 해준 연상의 여인과 결혼했다. 박봉의 살림을 꾸려나갈 수 있는 건 전적으로 맞벌이하는 부인 덕이다. 아이는 “세상이 바뀔 때까지” 미룬다고. “돈이 얼마나 있냐고요? 부채도 자산이죠.” 그의 웃음 때문에 보는 사람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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