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ㅣ홍대부고 수학교사 이윤씨
지금까지 숱하게 이주의 독자 추천을 받아왔지만 아들이 아버지를 추천하기는 처음이다. 이주의 독자에 아버지 세대는 소외된 것 같다는 효성심 많은 대학생 아들의 메일이 살갑게 다가왔다. 홍대부고 수학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이윤(58)씨는 만나자마자 ‘우리 세대’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낸다.
“결국 친미·반공을 못 벗어난 세대죠.” 한일회담 반대 시위에 참여하며 학생시절부터 한번도 침묵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절실히 느낀단다. 그래서 이씨가 젊은 세대에 건 희망은 매우 크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의 자기중심적 사고방식, 정치에 대한 냉소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고.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젊은이들이 정치와 사회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그는 <한겨레21>도 학생논단을 만들거나 학생기자가 쓰는 글을 통해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촉구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씨는 <한겨레> 창간주주이자 <한겨레21> 창간독자다. <한겨레21> 창간호가 나오자 가판대로 달려가 몇부를 사서 친구들에게 돌린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 권도 빠짐없이 모아온 <한겨레21>을 전부 쌓아올리면 벌써 가슴께까지 닿는다. “한 권이라도 잃어버리면 가판대에서 다시 사서 채워놓곤 했죠.” 창간 10주년이 돼서 500호가 나오면 어깨까지 닿을 것 같다고. 그는 특히 박노자 교수의 세계와 한국을 즐겨 읽는다. “우리 사회의 수구세력은 조금만 벗어나는 얘기가 나오면 색깔론을 들고 나오잖아요. 나 같은 세대를 각성시키기 위해서라도 정치적으로 각성된 나라들의 실태를 보여줘야 해요.”
그리 넉넉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난 이씨는 처음부터 교사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돈이 없어서” 서울대를 갔고 수업료를 면제받는 사범대를 선택했다. 그렇게 시작한 교사의 길은 31년 동안 이어졌다. 현재 전교조 서울지부에서 지도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이 가르치는 것이기 때문에 교감이나 교장이 될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평교사가 맘 편하잖아요?”라고 되묻는 이씨의 표정엔 오랫동안 한길을 걸어온 사람의 고집이 묻어난다. 403호 휴먼포엠에 관광버스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이병식씨 사연이 실린 것도 그의 추천 덕이다.
정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요즘, 그는 통일문제와 교육문제에 대해 느낀 감회를 책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호소할 수 있는 책을 쓰겠다는 꿈이 다부지다.이씨의 오랜 교사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은 누구일까. “저는 1년에 책을 150권 정도 읽는데요, 어떤 학생이 졸업식을 하고 난 뒤에 절 찾아왔어요.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보려니까 대출카드 앞에 전부 선생님 이름이 있었다나요.” 학생이 선생을 알아주는 건 참 기분좋은 일이라고.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사진/ (김종수 기자)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