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등록 : 2019-11-11 10:46 수정 : 2019-11-18 15:59
‘올드 미디어’인 잡지 사무실의 작업 도구들은 굉장히 ‘올드’합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시험지 채점할 때 쓰던 색연필(몸통이 종이로 돼 있고 실을 잡아당겨 까는 색연필!)이나 한껏 물기를 품은 플러스펜, 손바닥 반만 한 취재수첩 등등. 또한 잡지가 ‘프린트 미디어’라 그런지 몰라도, 기자들은 화면으로 문서를 보기보단 종이로 출력해 고개를 숙이고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상엔 출력물이 널브러져 있고, 종일 쉬지 않는 것이 프린터죠. 우우웅 타다닥 윙윙윙. <한겨레21> 뉴스룸에 있는 흑백 레이저 프린터는 흡사 신문을 인쇄하는 윤전기처럼 굉장한 소리를 내뿜어 거슬릴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드디어, 웬만한 사무실에 다 있는 복합기가 뉴스룸에도 들어왔습니다. 스캔, 복사, 팩스, 인쇄까지 모두 되는 복합기. 사실 뉴스룸에는 복사기가 없어서 회의 때마다 거대한 소음을 내는 프린터로 인원수만큼 출력했는데, 이제 출력에서 복사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업무 효율이 3%는 올랐다고 확신합니다. 얼마 전까지 IT(정보기술) 기자로서 복합기가 들어오자마자 설정을 마무리하고 사용법을 기자들에게 알렸으나, 어째 사용하는 이가 몇 명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뉴미디어로 가기를 주저하는 올드 미디어의 고집일까요.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