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함께 아파해주셨습니다
학살 피해 가족 기사 나간 뒤 “사죄합니다” “맘 아파” 독자 후원 줄이어
등록 : 2019-04-05 14:42 수정 : 2019-04-05 15:14
청와대를 상대로 한 청원서에 서명한 학살 피해자와 가족들이 요구안이 쓰인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한베평화재단 제공
“베트남전쟁 피해자 뉴스 보고 <한겨레21>에 후원합니다. 무고한 피해자 분들을 위해 힘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더욱 힘내주세요!”(백**)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 피해자의 이야기를 소개한 제1256호 ‘나는 진실을 원합니다’는 기사를 쓴 기자와 <21> 독자, 후원자 모두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21>은 베트남전 피해자 중 진상 규명과 공식 사과,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서에 서명한 103명의 얼굴을 모두 담았습니다. 17개 피해 마을 주민 17명의 이야기도 실었는데요,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한국군의 공격으로 가족을 잃고 부상당한 피해자들에게서 독자들은 익숙한 얼굴을 보았습니다.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으며 전범기업에 끌려가 강제노동을 한 조선의 청년들, 일본군에 끌려가 성노예가 됐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얼굴입니다.
일본 정부에 식민지배로 입은 피해에 대한 사과와 배·보상을 요구하는 한국이 베트남전쟁에 참전해서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한 사실에는 적극적인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역사적 아이러니’였습니다.
이런 사실을 깊이 있게 지적한 기사가 누리집에 배포된 뒤 평소보다 더 많은 후원자의 응원과 정성이 쏟아졌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파병 군인들도 무섭고 두려웠을 겁니다. 어쨌든 잘못에 대한 사죄가 국가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봅니다” “‘마을에서 생존자가 단 한 명’ 제목의 기사 아프게 읽었습니다”라며 후원 의사를 밝혀주신 분들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별도의 후원 정보 없이 ‘베트남후원금’ ‘베트남후원’ ‘사죄합니다’ 등 짧은 메시지만을 남기고 후원금을 보내주신 분도 눈에 띄었습니다.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 피해자의 청와대 청원 기사가 디지털로 먼저 나간 3월31일, 4월1일 이틀 동안 60건 넘는 후원이 있었습니다. <21>은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처음 보도했고, 지금까지 계속 보도해왔고, 앞으로도 보도할 것입니다.
독자후원제를 시작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뜨거워지는 ‘후원 열기’에 <21> 구성원들은 뜨거운 감동과 무거운 중압감을 동시에 느낍니다. 다른 매체들처럼 인터넷 누리집에서 한 번의 클릭으로 모든 종류의 후원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 공지한 계좌번호로 직접 송금해야 하는 불편한 후원 시스템인데도 끊임없이 관심을 보여주셔서 더욱 감사합니다. 베트남 민간인 학살 보도 건처럼 ‘퀄리티 저널리즘’에 대한 독자·후원자의 열망에 <21>은 계속 좋은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