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은 가구 같아요”
등록 : 2019-02-15 15:31 수정 : 2019-02-18 11:36
“시금치가 아니라 근대다.” 제1단계 퀴즈 그림에 오류가 난 것이다(난처해하면서도 “정답엔 지장이 없다”고 설 퀴즈큰잔치 위원장인 이승준 기자가 수습했다). 전화를 건 눈 밝은 독자는 이연환(57)씨다.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원도 춘천에서 논술교사를 하는 이씨는 웃으면서 그 이유를 간단하게 밝혔다. “지적질을 원래 잘한다.” 유쾌한 그는 30분 넘게 수다를 쏟아내며 <한겨레21>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또 어떤 지적질을 하시는가.
역사가 오래됐다. 중복 장애가 있는 딸을 키우면서 관공서와도 친해졌다. 춘천 시청에서 5분, 도청에서 1분 거리에 산다. 지금 시청 청사를 새로 지으면서 먼지가 많이 난다. 나무들은 베이고 공기는 정말 안 좋다. 지금 인도도 없다. 아이를 데리고 나갈 수가 없다. 그런 거 민원을 넣었다. 딸이 뭐했냐고 물으면 “욕하면서 자고 욕하면서 일어났다”고 한다. 장애아 부모가 사납다. 대들고, 그래도 잘 안 되고 하니까 그렇다. 충남 천안에서 살다가 작은딸 대학교 때문에 춘천으로 이사했다. 장애가 있는 큰딸이 자랑스러워하는 작은딸이 다음주면 졸업한다.
<한겨레21>에서 무엇을 주로 읽으시나.
지난해 10월 책을 살아생전에 몇 권을 읽을 것인가 싶어서, 1천 권을 읽기로 결심했다. 지금까지 읽은 건 무효로 하고. 지금까지 28권을 읽었다. <임꺽정> <장길산> 대하소설을 끝냈다. 그 와중에 <한겨레21>을 보면 특별한 음식을 먹는 맛이라서 좋다. 꼭 가방 안에 몇 권씩 싸갖고 다니면서 읽으려고 한다. 큰딸이 <한겨레21>이 오면 들고 와서 넘겨보고 엄마에게 갖다준다. <한겨레21>은 가구 같은 느낌이다. 난민을 꾸준히 다뤄서 좋고
‘사진 속 역사, 역사 속 사진’을 챙겨보고,
‘만리재에서’를 먼저 읽는다. 기자들이 글을 잘 써서 공부가 된다.
정기구독을 얼마나 오래 하셨나.
10년 넘은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외울 게 많으니까 그런 것은 모르겠다. 전에 정재승 교수의 인터뷰특강에도 참여했다. 그때 만난 기자가 단박인터뷰 전화를 주겠다더니 안 했다.
이것도 지적질이신가. 오랜만에 성사된 독자 인터뷰다. 설 퀴즈큰잔치에는 응모하셨나.
다 풀었는데, 아직 보내지 못했다.
책을 받으면 좋으시겠나.
책은 안 읽는 사람한테 주고, 나에겐 승용차 주시라. 하하하.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