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가 자는 아내를 깨웠다. 집값이 얼마나 뛰었는지 아냐며. 우리가 사는 장모님댁 집값도 꿈틀댔다. 1년새 8천만원이 뛰었다. 연간 상승률로 따져보니 18%였다. 맞벌이 부부가 열심히 일해 1년에 1천만원 저축하기도 어려운 세상인데. 며칠 전 지인이 페이스북에 띄운 글을 보면서도 설마 했다. “오랜만에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시세를 네이버에서 검색해봤다. 불과 1년 남짓 50% 넘게 뛰었다. 그전에 살던 집은 이사 올 때 대비 100% 약간 못 미치게 뛰었다.” 그게 현실이었다. 서 기자가 알려준 부동산 시세 앱을 깔아보니 1억~2억원 오른 아파트가 주위에 수두룩하다. 그제야 집값 기사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원인과 처방은 매체의 이념 성향 따라 제각각이었지만 현상 진단은 이구동성이었다. 폭등이었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발표한 게 7월 초인데, 효과가 없었다. 되레 역풍이 불었다. 엄포를 놨다가 뚜껑을 열어보니 ‘찔끔 증세’를 한 게 빌미가 됐다. 팔짱을 끼고 지켜보던 시장은 정책 발표 뒤 기다렸다는 듯 꿈틀댔다. ‘정책의 역설’이었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할수록 상황은 더 꼬인다. ‘객관적인’ 그래서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언론의 태도는 결과적으로 정부 대책이 아무 효과가 없다고 선전할 뿐이다. 신이 난 이른바 시장주의자들은 공급만이 살길이라며 정부를 질타하는데, 이는 결국 집값이 더 오르라는 주술이나 다름없다.” 이 말은 영락없이 현재 상황과도 딱 맞아떨어진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2011년 <부동산은 끝났다>(오월의봄)에서 널뛰기식 부동산 정책을 꼬집으면서 한 말이다. 그는 집값이 날뛰던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으로 부동산 정책을 주무했다. 당시 정부는 부동산 시장과 힘겨루기를 하면서 정책을 쏟아냈고 질 때마다 집값을 띄우는 불쏘시개로 쓰였다. 그가 이번엔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앉아 있다. 다시는 실패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참여정부가 왜 실패했냐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만 어떤 경우든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오락가락하지 않겠다는 뜻이다.그의 말마따나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중앙과 지방이 엇박자다. 옥탑방 한 달살이 뒤 내놓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북 프로젝트는 불붙은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끼얹었다. 예상보다 저강도 종부세 개편안이 낳은 1차 정책 신뢰의 하락에 이은 2차 신뢰 하락이다. 한두 번 더 쌓이면 정책은 신뢰를 잃는다. 그 뒤엔 백약이 무효다. 류이근 편집장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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