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달리 수줍음이 많은 분이었다. 사석에서는 유머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식사 자리에서 요리 얘기를 했던 게 생각난다. 생선찜 만드는 방법을 구수하게 설명했다. 그때 그의 밝은 표정만 기억나고 조리법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3·8 세계 여성의 날마다 국회 청소 노동자들과 국회 기자실을 찾아와 여기자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하던 모습도 떠오른다.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기자들의 의견도 반영한 것인가. 원래는 고인의 얼굴에 포커스를 맞춘 사진들이 후보에 올랐다. 그런데 ‘모든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나라’를 꿈꿨던 고인의 말이 생각났다. 첼로를 켜는 사진이 없을까 찾다가 흑백의 이 사진을 찾았다. 예전에 그를 다룬 책에 실린 사진으로, 이상엽 사진작가의 작품이다. ‘독자편집위원회 3.0’에 3개의 표지 후보를 놓고 독자들의 의견을 물었는데 이 사진이 반응이 가장 좋았다. 독자들이 정한 표지다. 노 의원의 유산을 종합적으로 다뤘다. 남은 사람들이 노 의원 대신 꼭 하나 마무리 지었으면 하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 취재하면서 가장 놀란 건 그가 우리 사회 을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약자들이 국회에 자신들의 문제를 호소하면 대부분 정치인은 그때만 신경 쓰는 경우가 많다. 노 의원은 정말 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계속 듣고 있었다. 나는 닷새 동안 이어진 ‘슬픔의 행렬’ 뒤에는 이러한 그의 진면모가 자리잡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사람들은 그에게서 이상적인 정치인의 모습을 본 것이다. 남아 있는 이들, 특히 정치인들이 새겨봐야 할 부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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