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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독자가 21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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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29 11: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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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은 사랑입니다.”

첫 ‘만리재에서’의 제목은 이렇습니다. 글은 1994년 3월24일 발행된 <한겨레21> 창간호가 아닌 일주일 뒤 발행한 제2호에 실렸습니다. 당시 고영재 편집장은 “독자 여러분의 비판이야말로 <한겨레21>의 발전을 담보하는 밑거름이 되리라고 우리는 확신한다”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크다’는 한 독자의 비판을 그대로 전합니다. 첫 호를 본 독자의 충고가 ‘고통’ ‘채찍’ ‘송곳’이라면서도 귀담아듣고 몸가짐을 가다듬겠다는 각오를 했습니다. 갓 태어난 잡지의 편집장이 뱉은 첫마디가 ‘독자’였습니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한겨레21>의 오늘은 부끄럽게도 독자와 되레 더 멀어져 있습니다. 독자의 쓴소리나 단말을 받아낼 통로는 막혀 제구실을 못했습니다. 페이스북에 마련된 정기독자 커뮤니티 ‘21cm’는 휴면 상태입니다. 거죽만 있지 의견과 댓글, 게시물 등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아쉽게도 <한겨레21>을 향한 독자의 전자우편이나 전화도 뜸합니다. 지금 <한겨레21>은 독자와 단절된 섬처럼 보입니다.

잡지 뒤쪽 ‘독자와 함께’란 문패로 두 면을 내놓긴 했으나 이것으로는 부족해 보입니다. 내용마저 충실하지 못했다고 고백합니다. 오롯이 저희 책임입니다. 그나마 ‘단박인터뷰’가 숨통을 틔워주는 정도입니다.

이를 인지조차 못한 독자도 있을 겁니다. 알면서도 애정으로 모른 채 덮어둔 분도 많을 겁니다. 그런데도 저희가 먼저 고해성사하듯 말을 꺼낸 까닭은 독자와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한겨레21> 창간 때 약속이기도 합니다.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의 몸체라 할 신문 <한겨레>도 창간 정신을 진화시키겠다며 2013년 창간 25주년을 맞아 “독자와 시민에게 먼저 말을 걸고, 말을 귀담아듣고, 그 말을 콘텐츠에 투영해나가면서 한겨레가 그리려는 ‘그림’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독자를 빼놓고선 <한겨레21>의 미래도 제대로 그려낼 수 없습니다.

독자와 끊어진 다리를 다시 잇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아직 논의 단계입니다. 먼저 희미하게나마 약속드릴 수 있는 건 ‘열린 편집국’을 지향하는 독자편집위원회의 부활, 독자면 강화, 정기독자 커뮤니티 활성화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독자와 기자가 얼굴을 맞대는 만남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다만 조금만 더 기다려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4월 편집장의 이동뿐 아니라 <한겨레21> 구성원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정인환·전정윤·이승준·이재호 기자가 새로 왔고, 오승훈·김완·송채경화·정환봉 기자가 떠났습니다. 환경 변화에 얼마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조금씩이지만 변화를 지면과 페이스북에서 이미 시도하고 있습니다. 새 고정 꼭지인 ‘한반도 냉전 해체 프로젝트-이구동성’ ‘이재호의 끝까지 간다’ ‘김소민의 아무거나’ ‘그때 그 사람들’ ‘엄지원의 여의도민 탐구생활’을 5월부터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진화와 변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잃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창간 이후 인권,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대변해온 <한겨레21>의 정신입니다.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독자가 지난해 추석맞이 퀴즈대잔치 응모엽서에서 당부한 말입니다. ‘초심’. 수백 응모 독자들이 남긴 말 가운데 높은 빈도수를 차지한 단어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더 많이 눈에 띄는 말은 ‘응원’이었습니다. <한겨레21>은 독자의 비판뿐 아니라 응원이 필요합니다. 24년 전 첫 ‘만리재에서’도 “따사로운 눈길로 지켜봐주십시오”란 부탁으로 끝납니다. 저도 이 부탁 다시 드립니다.

류이근 편집장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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