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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월드컵, 제대로 해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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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2-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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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독자 l 제2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 원태섭 사무관

공정한 경기운영으로 청명한 월드컵을, 관람객의 편익과 만족을 배려하는 감동의 월드컵을!

제2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아래 제2건국위) 교육홍보국에서 일하고 있는 원태섭(42) 사무관은 요즘 이런 구호를 항상 마음에 담고 있다. 제2건국위가 올해에는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대국민 홍보사업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최국으로서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회를 성공적으로 잘 치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당연한 말이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가 그의 열정을 증명해준다. “어떻게 공정하게 경기를 운영하느냐, 어떻게 관람객의 즐거움과 안전을 배려하느냐”는 문제가 그에게는 누구보다 심각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지금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하나다. 적은 인력으로 끊임없이 지역에 있는 지부들과 연락하고, 캠페인을 조직하는 일만으로도 벅차다. 그렇다고 그의 일이 그리 표나는 일도 아니다. 공정, 배려, 기초질서 지키기 등의 캠페인이 눈에 보이는 성과를 가져다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지금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발전을 보세요. 당장 성과를 낳진 않지만 정부와 민간 곳곳에서 보이지 않는 노력들을 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그가 <한겨레21>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0년 4월부터. 초기 <한겨레> 국민주주로 참가하지 못한 ‘죄의식’을 갖고 있던 차에, 아는 분의 권유로 구독을 시작했다. 근무성격상 처음에는 문화면만을 유심히 읽었으나 점차 “정말 공정하고 배려가 깊은 매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모든 기사를 빠짐없이 읽게 됐단다. 그의 칭찬은 끝이 없다. “고전부터 현대까지, 정치에서 생활까지, 전통산업에서 첨단산업까지 모든 분야를 다루면서도 어느 한축으로 기울지 않고 공정하게 기사를 쓰는 자세가 멋있었죠.” 그래서 그가 최근 가장 인상 깊게 읽은 기사는 ‘이상수의 동서횡단’이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탁월한 시각에 탄복을 금치 못했다고.

84년 당시 문화공보부에서 공무원을 시작하면서부터 줄곧 문화분야를 맡아왔다. 부서 배치를 받을 때 자기소개서에 시(그는 ‘잡글’이라 불렀다)를 쓰고 있다는 문구를 적어서인지, 가장 자신의 적성에 맞는 곳에 배치됐다고. 지금도 그는 ‘잡글’을 계속 쓰고 있다. 이 부서 저 부서를 옮겨다녔지만 그의 가장 큰 관심은 바로 문화산업이다. 96년 외화수입 추천 담당자로 일하며 그는 한국 문화산업의 가능성을 보았다. 물론 당시는 수입되는 외화가 수출되는 국산영화보다 훨씬 많았지만, “잘만 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분야라고 느낀 것이다. 그는 지금 한국 영화산업의 부흥을 보며 흐뭇해한다. 앞으로는 유학을 가서 문화산업 분야에 전문적인 소양을 쌓은 뒤 다시 일을 해볼 생각이란다. 물론 ‘꿈’으로 그칠지도 모르지만, 평생 버리고 싶지는 않단다.


유현산 기자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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