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군무원 김은아씨
논산시 모 군부대 군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은아(35)씨. 병장으로 제대한 여느 남성들보다 군대에 대한 ‘내공’이 깊은 그가 최근 가장 인상깊게 읽은 기사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다룬 기사들이다. 특히 신념을 위해 군대 대신 감옥을 택한 오태양씨의 모습을 보며 깊은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대체복무제는 반드시 있어야 해요.” 모든 젊은이들을 의무적으로 군대에 옭아매는 것보다는 ‘정예요원’들로 구성된 군대가 훨씬 효율적이라고 강조한다. 이것이 그동안 고생하는 병사들을 보며 느낀 김씨의 솔직한 심정이다.
2년 전 한 병사가 심심할 때 읽어보라며 그에게 주간지 한권을 가져다 줬다. “이거 정말 딱이군!” 그 주간지에는 머릿속에만 맴돌고 있었던 그의 생각을 완벽하게 정리해주는 기사들이 실려 있었다. 어쩜 그렇게 김씨의 마음과 딱 맞는 글들만 있는지, 마치 모든 기사를 그가 쓴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김씨와 <한겨레21>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고, 2년 동안 한번도 끊기지 않았다.
1989년,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인사부서에서 군무원 생활을 시작한 김씨는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일반 기업에서는 남녀차별의 문제가 심심찮게 거론되곤 하지만, 군대에서는 오히려 남녀차별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육아휴직도 철저히 보장하고, 진급에서도 차별을 받지 않는다. 인생의 동반자를 만난 곳도 바로 군대다. “같이 일하는 군무원이셨나요, 아니면 장교셨나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한참 웃음을 터뜨렸다. “단기사병이었어요!” 같이 근무할 때는 그저 인사만 하던 사이였지만, 남편이 제대한 뒤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뒤부터 진지하게 사귀게 됐단다.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병사는 없었냐고 묻자, 기억에 남는 사람보다는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 병사가 있다고. 보통 병사들이 자신보다 한참 나이어린 사람들이다보니, 자연스레 반말을 쓰고 어린애처럼 대하게 마련이다. 그 병사에게도 마찬가지로 대했는데 알고보니 자신보다 한살 어린 ‘늙은’ 병사였다. 그에게 다시 한번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단다.
김씨는 지금 아들만 둘을 키우고 있다. 그러다보니 어린이에 대한 기사에 유독 관심이 간다. 388호 아동 성폭행 문제를 다룬 ‘아이를 법정에 세우지 말라’는 어머니의 입장에서 꼼꼼히 읽지 않을 수 없는 기사였다. 그는 특히 남자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절제, 인내 등을 여자 어린이에게만 강요했지만, 이제는 시각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여자 아이들에게만 조심하라고 하면 안 되죠. 어릴 때부터 제대로 교육받은 남자는 커서도 여자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아요. 우리 아들들도 그렇게 키우려고 노력해요.”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가 인생목표라는 김씨는 기자들에게 이 말을 전해 달라고 했다. “아이고, 너무 고생하시네요! 앞으로도 일회성이 아닌, 끈질기게 추적하는 기사 부탁드려요.”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