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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주간지를 학습지처럼 읽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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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9-0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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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독자/ 서울대 교육학과 이선숙씨

“우리나라 교육을 좌지우지하는 윗분들이 문제예요. 교육을 정치논리로 대해서는 안 되죠. 언제나 복지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는 만나자마자 ‘윗분들’에 대한 성토부터 시작했다. 단언컨대, 교육에 이처럼 열정을 가지고 있는 교육학도는 거의 없을 것이다.

서울대 교육학과 4학년 이선숙(22)씨. 그가 교육에 뜻을 둔 것은 아주 오래 전이다. 현재 건축업을 하고 있는 아버지의 꿈은 교육사업을 하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교육자가 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고3 수험생 시절, 입시 준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친구들과 교육문제에 대한 토론을 자주 하기도 했다. 결국 “우리가 바꿔야 되지 않겠는가”라는 결론을 내리고, 그는 주저없이 교육학과를 지원했다.

대학에 들어와서 교육학을 공부하면서 교육을 변화시키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계속 고민해 왔다. 한때, 교사임용고사를 볼 생각도 했으나, 지금은 교육학에 대한 공부를 계속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어떤 식으로든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할거예요. 행정고시를 생각해보고 있지만 일단은 공부를 계속하면서 고시를 왜 봐야 하는지 관점을 정리하고 싶어요.” 그의 결심은 매우 단단하다.

그가 <한겨레21>과 인연을 맺은 사연은 조금 독특하다. 평소 너무 꼼꼼한 성격이라 뭘 읽더라도 대충 보는 법이 없다. 신문 하나 읽는 데도 두세 시간을 넘기는 게 보통이기 때문에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하게 된다. 주간지를 틈틈이 읽으면 신문보다 낫지 않을까 하고 지난해 9월부터 <한겨레21>을 구독하게 됐다. 잡지를 받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리 작은 기사라도 정독한다. 그래서 가끔 선배들이 “주간지가 무슨 학습지인줄 아냐”라고 놀리기도 한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난은 ‘쾌도난담’이다. 유머러스한 풍자와 통쾌한 비판이 맘에 들었다. 그러나 최근 이야기를 “하다 마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너무 많은 것을 얘기하다보니 결론을 내지 못하고 변죽만 두드리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지면을 좀더 많이 할애해서 좀더 깊은 얘기들을 담아냈으면 좋겠고, 기사도 좀더 매끄럽게 정리된 대담형식이 되도록 신경을 써달라고 주문한다. 최근 가장 관심있게 읽은 기사는 320호 표지이야기 ‘누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이다.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편견 속에 희생되는 여성의 이야기가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학생운동에 관심이 많았지만 나서기는 싫었어요. 시대가 변화하는 만큼 학생운동도 내부로부터의 철저한 반성과 변화가 필요한데, 그런 모습을 찾기가 힘들어요.” 과 학생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한겨레21>에서 학생운동에 새로운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기사들을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유현산 기자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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