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학원강사 박은주씨
가르치는 일은 언제나 힘든 일이다. 특히나 이 땅의 절망적인 교육시스템에 적응된 아이들에게 ‘삶’을 가르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이 아닐까. 광주 맥학원 강사 박은주(24)씨는 매번 한계를 느끼면서도 그 ‘무모한’ 시도를 포기하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은 사람을 욕하는 속어로 ‘애자’라는 말을 써요. ‘장애자’라는 말을 줄인 거죠. 장애인을 비하해선 안 된다고 한참을 설득해도 잘 안 되더라고요. 또 왕따가 반에 한명 있으면 정말 가르치기 힘들어요. 따돌림당하는 아이도 잘못한 일이 있으면 야단을 맞아야 하는데, 그러면 아이들에게 더 왕따당하거든요.” 아이들의 편견과 맞서 싸우는 일은 박씨에게 전쟁이나 다름없다. 매일 치러야 하는 힘겨운 전쟁…. “한번은 아이들이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자세히 들어보니 통일되면 북한에서 거지들이 몰려온다고 말하는 거예요. 학교에서 도대체 어떻게 가르치는 건지.”
국어를 가르치는 박씨가 참고서만큼이나 자주 애용하는 교재가 바로 <한겨레21>이다. 그는 <한겨레21>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그 배움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어한다. 아이들의 북한에 대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박씨는 “북한에 지하철이 있을까 없을까”라는 퀴즈를 냈다. 아이들은 다 못사는 나라니 없을 거라고 대답했지만 답은 ‘있다’였다. 이 퀴즈를 실마리로 <한겨레21>에서 읽은 기사들을 언급하며 “북한 사람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라는 단순한 진리를 기어코 납득시켰다. 그는 아무리 작은 학원강사라도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어차피 아이들이 좋아 뛰어든 일인 이상, 그 책임을 외면하고 싶지 않다.
“아이들과 지내다보면 보람을 느낄 때도 많아요.” 박씨가 평생 아이들과 더불어 살고 싶어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주는 작은 감동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한 학생이 자신에게 못된 말을 해서 눈물을 보인 적이 있었다. 그날 밤 그 반에서 가장 말썽쟁이인 남학생이 어른스런 메일을 보내 왔단다. 애가 철이 없어서 그러니 선생님이 이해하시라나? 가슴 찡한 감동을 받은 순간이다. “애들이 마냥 철없고 말썽꾸러기처럼 보여도, 착해요.” 박씨의 행복은 바로 아이들에게서 온다.
대학 시절 교직과목을 이수하지 않았던 것이 안타깝다는 박씨는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교육학을 전공하는 것이 꿈이다. “진작에 이 길을 알았더라면….” 좀더 충실히 준비한 뒤 아이들과 만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학원강사든 선생님이든 평생 아이들과 함께할 생각이라고.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한참을 망설이더니 이렇게 대답한다. “보이는 것만 따라다녀요. 학부모나 애들이나 상받는 것에 너무 집착하죠. 자기 느낌을 솔직히 표현하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맞춤법만 중요하게 여기고. 정말 중요한 건 보이지 않는 것인데.”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