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연세가정의원 전문의 이민창씨
그는 좀 독특한 의사다. 그의 독특한 견해에 따르면 의약분업 사태 당시 의사들에게 쏟아진 비판은 당연한 것이고, 국민건강보험 재정통합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민간보험보다는 공보험이 강화돼야 한다. 의료계의 자성을 촉구하고 의사의 사회적 책임을 부르짖는 ‘눈치없는’ 의사. 춘천 연세가정의원 이민창(35) 전문의는 <한겨레21>의 열혈독자인 의사들이 그렇듯, ‘환자우선주의’의 신봉자다.
그가 <한겨레21>을 정기구독한 지는 4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바쁜 일정 속에서도 모든 기사를 거의 빠짐없이 읽는다고 한다. 그 이전에도 간간히 가판대에서 사 읽었는데, <한겨레>의 창간독자로서 자연스레 한겨레신문사가 발행하는 시사주간지에 관심을 갖게 됐단다. 주간지를 받으면 특히 문화면을 열심히 읽는 편이다. ‘이상수의 동서횡단’을 통해 묵자에 대해 알고 난 뒤에는 묵자와 관련된 책들을 사서 독파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동양철학 하면 공자, 맹자만 있는 줄 알았거든요. 그 기사를 통해 묵자를 처음 알았어요.” <한겨레21>에 대해 비판을 해달라고 조르자, “끈질기게 물고늘어져 달라”고 주문한다. 일회적으로 사안들을 다루는 것보다는 사회적 의제를 집요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고. 다른 매체보다 <한겨레21>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그 ‘방향성’ 때문이란다.
이씨는 건강보험 통합문제를 다룬 392호 특집을 읽고 속이 후련했다고 한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그대로 지면에 옮겨놓은 것 같아요.” 그러나 정부가 자기들의 오류를 의사에게 전가하는 측면이 있다며 ‘의사를 위한 변명’도 잊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보자면 의사들이 사회적 측면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어요. 환자만 열심히 봤지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고, 의사가 아닌 사람들과 융화를 이루지 못했죠.” 일단 우물 안 개구리였던 의사들의 의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84학번인 그는 87년 6월에 총학생회 총무로 활동했다. “87년에 학생회 간부였다”는 말은 다른 어느 해보다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않을까. 그 한해 동안 바쁜 의대 공부는 이씨의 주요 관심사에서 멀리 떠나갔다. 무엇보다 사회운동을 학생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했었는데,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던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이런 그의 이력은 현재로 이어진다. 지금 그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회원으로 춘천 미군기지 근처 주민들의 질병에 대한 역학조사를 맡고 있다. 그가 품고 있는 간절한 소망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의사들을 많이 만나는 것이다. “주변에 그런 분이 별로 없나보죠?”라고 묻자 “그래요”라는 짧은 대답이 쓸쓸히 날아온다. 앞으로도 뜻이 맞는 사람들과 지역사회를 위해 좀더 많은 활동을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