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시도한 것은 ‘게임의 규칙’을 뒤집는 일이다. 알고 싶은 것을 묻는데 답하지 않는 인터뷰, 말하는 대로 받아 적는 유세 기사는 싫다는 것이었다. 드라마에서 뉴스 책임자는 말했다. “(헛된 공약이나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는) 후보들에게 위증죄를 적용해야 한다. 기자의 질문은 더 과감해져야 한다. 충분하다고 느낄 때까지 더 질문해야 한다. 그런 ‘반대심문’을 견뎌낼 정치인이 필요하다.” 앞으로 두 달 이상 계속될 반대심문을 준비했다. 지난 한 달여 동안 함께 토론했다. 서보미 기자가 주로 아이디어를 냈고, 매주 회의 때마다 다른 기자들이 의견을 보탰다. 세부 내용은 앞으로 계속 다듬겠지만, 우리의 뉴스룸에서 오간 이야기의 대강을 추려본다. 반대심문에 임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다. 1. 많은 언론의 수많은 선거 보도 가운데 하필 <한겨레21>을 봐야 하는 이유를 만들자. <한겨레21>만 읽으면, 누굴 왜 선택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하자. 2. 집중하자. 인력도 지면도 돈도 부족한데 이것저것 다 할 수 없다. 대선 기사만 쓰자. 대선이 끝날 때까지 한국의 <폴리티코>(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로 변신하자. 3. 박근혜씨가 탄핵될지, 대선은 언제 치러질지, 여러 정치 일정이 유동적이지만 대선 보도를 위한 시간이 빠듯하다. 일단 연속 특집호를 시작하자. 탄핵 안 되면 ‘탄핵 기각 특집호’를 내자. 4. 보도에 앞서 우리 스스로를 투명하게 드러내면 어떨까. 서구 언론은 지지 후보를 공표한다. 우리의 정치적 판단은 무엇인지 여러 방법으로 독자에게 전달하자. 5. 후보 말고 의제·정책을 보도하자. <한겨레21>은 지난 몇 년 동안 세월호 진상 규명, 국가정보원 해체, 표현의 자유 확대, 기본소득, 차별금지 등을 줄기차게 주창해왔다. 이에 대해 각 후보가 어찌 생각하는지 제대로 캐묻자. 6. 후보가 내세우는 여러 정책·공약 가운데 ‘대표 의제’를 집중 분석하자. 대표상품으로 내놓는 의제를 분석하면, 그 후보의 자질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다. 7. 선거 취재 경력이 있건 없건, 연차가 많건 적건, 모든 기자가 대선을 취재하자. 경제·사회·문화에 관심 있었던 눈으로 정치를 들여다보면, 새로운 기사를 쓸 수 있다. 8. 시민의 눈높이에서 검증하자. 예컨대 “정치를 잘 몰라서 그런데, 방금 이야기가 도대체 무슨 말인가요?”라고 묻는 방송인 김미화씨와 함께 상식의 눈으로 꼬치꼬치 캐묻자. 9. 우리의 고민을 매주 독자들과 나누고 지혜를 구하자. 여기에 대선 후보별 담당 기자를 적는다. 의제별 담당 기자도 조만간 공개할 것이다. 다음호 ‘만리재에서’는 <한겨레21> 기자들의 정치 성향을 소개할 생각이다. 게임의 규칙을 바꿔보고 싶다. 팬티 차림의 속기사로 일하며 향응이나 대접받던 15년 전의 창피를 이제라도 만회해보고 싶다.
< 한겨레21> 2017 대선 취재단
“각 후보를 집중 검증합니다. 담당 기자에게 제보·의견 많이 많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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