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지도층들이 저질러놓고 고통은 죄 없는 국민이 당하는 것을 생각할 때 한없는 아픔과 울분을 금할 수 없습니다. 파탄의 책임은 국민 앞에 마땅히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1998년 외환위기 가운데 취임한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문입니다. 다음 대선 때까지 거국내각이 필요하니, 박정희 독재에 맞섰던 그의 뜻을 배워야겠지요?) 이를 위해 저는 무엇이든지 국민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민의를 따라서 할 것입니다. 애국·애족하는 동포들이 저에게 몇 가지 결심을 요구하고 있다 하니, 대통령직을 사임하겠습니다. (1960년 이승만 대통령의 퇴임 성명입니다. 국부로 숭배해왔으니 그 마지막도 알고 있지요?) 우선 저의 재산은 국민의 뜻에 따라 정부가 처리해주십시오. (1988년 전두환 대통령의 사과 성명입니다. 아버지의 축재를 전두환이 챙겨 그 일부를 당신에게 건넸고 이후 최태민 일가와 함께 불려왔으니 모두 내놓는 게 마땅하겠지요?) 아울러 최종 책임자였던 제가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감옥에 가겠습니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2003년 대선 불법 자금 사과 성명입니다. 덕분에 한나라당이 그나마 연명하고, 당신은 당대표가 됐지요?) 국민 여러분, 면목이 없습니다. 실망시켜드려 죄송합니다.(고개 숙여 인사 뒤 퇴장) (2009년 검찰에 소환당한 노무현 대통령이 경남 봉하 자택을 나서면서 남긴 말입니다. 기억나지요? 당신을 비롯한 한나라당의 탄압에 희생됐다고 울부짖던, 노랗게 분노하여 일렁이던 그 봄의 파도도 기억나지요? 어떻게든 명예를 지켜야 하는, 자신이 아니라 국민의 명예를 지켜야 하는, 그 명예를 지킬 방법을 고통 속에 마지막까지 숙고하는 이가 대통령임을 그때 이미 알았지요?) 그러니 세 번째 담화에선 이렇게 읽으면 됩니다. 그대로 읽으면 됩니다. 제가 최순실보다는 글을 잘 씁니다. 이제 그만두면 됩니다. 그만. 제발 그만. 안수찬 편집장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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