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인천 부개여자고등학교 교사 정희진씨
“1등한 아이들은 별로 기억에 남지 않아요.” 12년 남짓한 교사생활 동안 가장 기억남는 학생들은 집안 사정으로 학교를 다니기 어려웠던 학생들이라고 말하는 인천 부개여고 교사 정희진(37)씨. 처음 발령받은 강원도의 작은 중학교에서 어렵게 학교에 다니는 제자들에게 얄팍한 봉급을 털어 등록금을 내준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정도밖에 도와준 게 없어요.” 정씨는 머쓱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지만 일일이 제자의 어려움을 챙겨주는 정성이 “그 정도밖에”는 아닐 것이다.
윤리교사인 정씨가 가장 애용하는 수업교재는 <한겨레21>. 그는 <한겨레21>에 실려 있는 사진과 기사내용을 부교재로 다시 편집해서 학생들에게 나눠준다. 민족문제, 이데올로기 문제 등은 교과서만 가지고는 우리 사회의 구체적인 모습을 전혀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사진이나 베트남 민간인학살 관련 사진과 기사를 보여줬을 때 아이들이 깜짝 놀라더라고요.” 그가 <한겨레21>을 구독한 지도 5년이 넘었다. 평소 <한겨레>의 애독자였기 때문에 한겨레신문사에서 나오는 시사주간지는 당연히 구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잡지를 받으면 뒷부분부터 읽는다고 한다. 가장 먼저 보는 난은 논단이고, 이정우의 철학카페,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등을 즐겨 읽는다. 최근에는 반세계화 운동을 다룬 기획을 인상깊게 읽었다고.
교원노조 조합원이기도 한 강씨가 교육현장에서 느끼는 문제들은 심각하다. 우선 교사들이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서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점이다. 따라서 일상적으로 부딪치는 노동환경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의제기하지 않는 편이다. 또한 한국 교육계의 폐쇄성도 그를 숨막히게 한다. 관료적이고 행정위주로 학교 업무가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그러나 정씨의 외로운 싸움은 계속된다. 교원노조 부개여고 분회장으로서 성과급 반납 투쟁 등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내년에는 더욱 전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시민단체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엔지오학과에 재입학할 꿈을 꾸고 있다.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하고 앞으로 시민운동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이에요.” 일곱살짜리 딸을 둔 이 당찬 아줌마는 제자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얘들아 사회가 원하는 사람이 되지 말아라.” 어른이 돼 사회에 나왔을 때 순응과 복종을 택하기보다는 차별을 받지 않는 행복한 여성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스스로도 “여자이기 때문에 행복할 수 없었던”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