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외로워도 슬퍼도

1100
등록 : 2016-02-22 15:05 수정 : 2016-02-22 15:14

크게 작게

<한겨레21>에 보물 같은 독자에게 전화를 건 것인데, 오히려 “복권을 맞은 것 같다”며 더 좋아해주었다. 눈 덮인 제주 1100고지를 보고 학교가 있는 충북 청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는 홍경화(32)씨의 목소리는 눈꽃처럼 맑고 밝았다. 그는 북한에서 온 학생들이 있는 서울 여명학교에서 2013년 기간제 교사로 일한 적이 있다. “내 손으로 벌어 월급을 받으면 주간지를 구독하겠다”고 생각한 그는 그때부터 <한겨레21>과 함께했다.

경화씨는 “<한겨레21>이 지치지 않고 열심히 시리즈 기사를 써주는 점이 좋다”고 했다. 그는 박사과정(국어교육 전공)을 수료하고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이기적으로 살고 싶지 않다”는 그의 삶이 지치지 않기 바라며, 우린 손바닥만 한 지면을 그에게 내주었다. 소중한 사람에게 직접 마음을 전할 것을 권하자, 그는 여명학교 학생 이름 하나하나를 적어 보내왔다.

홍경화

제주에서 꿈같은 며칠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받은 <한겨레21> 기자님(송호진)의 전화는 현실계로 돌아오기 싫던 제 마음을 알고 하늘에서 준 선물 같아요. 제주 여행도, 여행 끝에 찾아온 기자님의 전화도 온전히 어린아이처럼 기뻐할 수 있는 귀한 선물을 받은 것 같아 참 감사합니다. 마치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처럼, 외로워도 슬퍼도 혼자 견뎌야지 다짐하며 매일매일을 보내왔는데 서른둘을 시작하는 저에게 살아가는 것을 팍팍하게 여기지만은 말라고 격려해주는 것 같았어요.

삶에 대한 기대를 점점 내려놓는 ‘어른’이 되어갈수록 더욱 마음의 고립을 선택했던 저였는데 이 격려는 고립을 내려놓으라고 얘기해주는 것 같아 더 감사한 마음입니다.^^

귀한 지면을 주셨으니 지난 몇 년간 함께했던 여명학교 학생들 몇몇을 격려하고 싶어요.

여명 고3들, 정말 졸업 축하하고 졸업까지 무사히 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처음 여명에서 어쩔 줄 모르던, 너희에게 참 부족한 ‘샘’이었는데, 믿어주고 힘을 줘서 고마워. 이제 학교를 벗어나 정말 세상을 마주해야 하는데, 씩씩하게 잘 견뎌낼 수 있길. 그리고 정말 너희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주길.

특히 지난 한 해 독서와 글쓰기 동아리 착하게 잘 따라와준 ○수, 금○, ○심, 남○, 현○, 진○, ○명, 모두 정말 고마웠고 너희가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응원할게! 너희가 힘든 시간을 보내온 만큼 더욱 깊고 넓은 사람들이 되어주길! 아, 특히 군것질거리로 끼니 대충 때우지 말고 꼭 세 끼 잘 챙겨 먹는 거 약속 지켜야 해.^^ _ 졸업을 축하하며 홍샘이


※카카오톡에서 <한겨레21>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