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지곡서당 학생 강태우씨
‘사서삼경’을 외우느라 한겨울에도 진땀을 흘리는 젊은이들만 모여 있는 곳. 머리를 식히려고 <한겨레21>을 읽는다는 지곡서당(공식명칭 태동고전연구소) 열혈독자들이 골수마니아로 추천한 강태우(27)씨.
지곡서당은 작고한 유학자 임창순 선생이 동양학 전공자들을 모아 창립한 한문교육기관이다. ‘유생’들은 대부분 대학원생들로 구성돼 있는데, 사서(<논어> <맹자> <중용> <대학>)를 배우는 첫 1년간은 휴학을 하고 지곡서당 기숙사에서 살아야 한다. 지곡서당 출신 교수진의 지도 아래 1학년에 사서를 완전히 암기하고, 2학년에는 <시경> <서경>, 3학년에는 <역경>을 배운다.
왜 지곡서당이 <한겨레21>만 구독하게 됐느냐는 물음에 강씨는 생각있는 젊은이들이 모여 있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는 고려대학교 한국사대학원 석사과정을 휴학하고 현재 지곡서당 1학년 과정을 공부중이다. “<한겨레21>의 가장 큰 장점은 아시아 네트워크라 생각해요.” 강씨가 늘어놓는 칭찬은 끝이 없다. 외신에만 기대서 세계를 보던 사람들에게 좀더 색다른 시각을 갖게 해주는 아시아 네트워크 때문에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읽는단다. 최근 기사 중에는 387호 표지이야기였던 ‘안산의 겨울은 왜 빨리 오는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안산’이라는 창을 통해 한국사회에서 점점 심화하는 빈부격차의 문제를 제대로 짚어줬다는 평이다.
도대체 강씨는 왜 휴학까지 하면서 ‘사서 고생’을 하는 걸까. “어릴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어요. 전공으로 한국사를 택하고나서는 한문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죠.” 기초 실력을 단단히 쌓아놓지 않으면 제대로 된 학자의 길을 갈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1학년 과정을 마친다는 건 참기 힘든 고행이다. 사서를 한장씩 배우면 다음 수업시간에 그 장을 완전히 암송해야 하고, 중간까지 배운 뒤는 처음부터 중간까지 또 외우는 시험을 봐야 하며, 마지막 수업이 끝나면 전체를 암송해야 한다. 한번이라도 외우지 못할 경우에는 자동탈락이다. 지금 그에게는 마지막으로 배우는 <맹자>를 모두 암기해야 하는 가장 큰 시련이 남아 있다. 그래도 한권을 다 외우고 난 뒤의 후련한 기분 때문에 공부할 맛이 난다고.
그가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은 우리 한국사 연구의 빈 공간을 메우는 일이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일본이나 중국은 자기 역사 연구에 뛰어난 성과를 남긴 반면, 우리는 ‘여백’으로 남아 있다. 강씨는 그 문제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저려온다고 한다. 그에게 좀 야박한 질문을 했다. “별로 돈도 안 되는 공부인데, 직장과 결혼으로 이어지는 평범한 삶은 포기했나요?” 그가 웃으면서 남긴 말은 이랬다. “치명적인 질문인데요. 그래도 어찌 됐든 다들 그럭저럭 꾸려나가더라고요.”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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