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첨자의 고개 너머엔 지옥이 있었습니다. 이틀 꼬박 네 가지 고개를 넘고, 밤새 청년 고개를 넘었더니 아차, 보름달 고개도 남아 있었군요. 네 가지 고개는 나이, 성별, 지역을 따지지 않고 무작위로 추첨을 했습니다. 네 번째 고개부터 각 고개 탈락자를 다음 고개 추첨 대상에 포함했지요. 첫 번째 고개 추첨까지 마친 뒤 마지막으로 청년들만 따로 모아 청년 고개를 추첨했습니다. 그림 이벤트인 보름달 고개는 전자우편으로 따로 응모받아 추첨했습니다.
한가위 합본호(제1080호)에선 잔치 개혁을 완료했다고 큰소릴 쳤지만, 개혁 뒤엔 고난이 따른다는 점 그땐 알지 못했습니다. 응모하신 독자분들께 최대한 여러 번 당첨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하자는 명분조차 없었다면 개혁은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었겠습니다.
“근데 나중에 보니 한두 개 정도는 몰라도 정답을 쓸 수 있었는데 두 번째 고개 4번 문제(인물 표지 사진 수 맞히기) 때문에 엄청 노가다했다”는 서울 강남구 정임순 독자님, 많이 허탈하셨겠지만 내년 잔치에서 써먹을 요령을 터득했다고 좋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숨은그림찾기에서 숨은 그림(오탈자)을 찾아낸 듯한 기쁨도 잠시, 이를 어딘가에 알리고 싶은 맘이 생깁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지적성’ 질문을 해주신 서울 광진구 이은령 독자님, 기사 쓴 기자에게 답이 없다면, 기자와 편집장에게 동시에 전자우편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실망했다”는 말을 꼭 넣어주시고요. 오탈자 없도록 더욱 신경 쓰겠습니다.
우편 도착 시각을 믿을 수 없다며 직접 사무실에 들르신 독자님들부터 지역 멀리서 손수 우편을 부쳐주신 독자님들까지, 한가위 퀴즈큰잔치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운이 일상이 되고 불운이 추억이 될 때쯤, 내년에도 잔치는 계속됩니다.
한가위 퀴즈큰잔치 출제위원장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기분이 들뜬 건 상품을 받는 쪽보단 주는 쪽이었다. ‘1등 당첨자’와 ‘모닝’을 강조해 발음해봤지만 소용없었다. 답은 네 차례 연속 짧은 “네”. 짜장면 배달왔을 때보단 더 기뻐하실 줄 알았는데 이런. 기아차 모닝 1등 당첨자 이현선(25) 정기독자와 지난 10월9일 전화로 만났다.
현재 시각 오전 11시40분. 뭐하시다 전화 받으셨나.
집에서 신문 보고 있었어요. (역시!^^)
1등 당첨 소식 방금 듣고 어떤 기분이 드셨나.
뭔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어요. 1등 선물을 바라고 하긴 했거든요. 친구들한테도 그렇게 얘기하고. 그런데 진짜 막상 되니까 기분이 이상하네요.
면허는 있나.
없어요. 차는 제 엄마가 몰게 되겠죠.
부모님 일하실 때 차를 쓰시게 되나.
엄마가 차를 사려고 적금을 들려 하셨어요. 그런데 제 취업 준비 때문에 용돈을 대느라 못 들었어요. 제가 취직하면 차 사주겠다고 계속 얘기했거든요. 이렇게 취업 전에 차를 사드리게 됐네요.
취직 준비는 뭘 하시나.
지난해 초부터 언론사를 준비하고 있긴 한데, 올해부터 일반 기업까지 대상을 넓혀서 준비하고 있어요.
일반 기업으로까지 대상을 넓힌 이유는.
제가 용돈 받기 시작한 이유도 아르바이트 그만두고 빨리 취업하라는 압박도 있어서예요. 지난 8월에 졸업해서 제 입장만 생각하기엔 힘든 상황인 거죠.
큰 행운이 왔는데 마치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굉장히 담담하시다.
그런가요? 약간… 그러게요. 왜 그럴까요? 요즘 제가 취준생이다보니 떨어지는 일을 반복하고 있잖아요. 계속 이렇게 큰 감정 기복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큰 기쁨에 담담한 건지도 모르겠네요.
기뻐한다고 불행이 오진 않습니다. 이번 행운이 그 증거가 되길 바랍니다.
첫 번째 고개 ( 21 )
두 번째 고개 ( ③ )
세 번째 고개
네 번째 고개 ( ④ )
모닝 가져간 이현선 독자 인터뷰
기자의 기쁨을 나눠드리겠습니다
‘씨도리’와 ‘씨스타’, 가로·세로 거꾸로 써서 만점 놓친 독자님아… 내년에 또 만나요!
우리 지금 맞나, 정답 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