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너머에 유토피아 없습니다.
연애고개, 입시고개, 취업고개, 노후고개 넘어보셨죠? 그래봐야 이제 시작인가요? 자, 여기 있는 고개를 연습 삼아 먼저 넘어보세요. 여느 고개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능력에 따라 풀고 필요에 따라 가져갈 수 없고요, 경쟁과 우연이 철저히 지배합니다.
다만 경쟁과 우연, 그 힘을 조금은 빼보았습니다. 고개 너머 잔칫상마다 푸짐하게 차렸습니다. 316분께 44종의 선물을 드립니다.
첫 번째 고개엔 든든하게 먹고 힘내시라고 건강식품과 초콜릿, 그리고 라면·과자 선물세트들을 놓았고요, 두 번째 고개엔 장거리 여행에 대비하시라고 주유권과 신간 잡지들을 놓아두었습니다. 세 번째 고개엔 조금 편히 쉬어가시라고 항공권과 호텔 숙박권, 그리고 책세트들을 차렸고요, 마지막 네 번째 고개는 이제 끝이니 여행이나 다녀오시라고 자동차와 스마트폰·태블릿PC를 준비했습니다. 서로 얼굴 보며 고개 넘는 친구·가족분들을 위해 보름달 고개 넘고 마실 다녀오시라고 수족관 관람권도 올려뒀습니다.
<한겨레21>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에 앞서 잔치개혁을 완료했습니다. 정부의 노동개혁 기조를 반면교사 삼으니 개혁이 참 쉬웠는데요. 어르신 잔칫상 빼서 청년 잔칫상을 차리는 조삼모사식 개혁은 지양했고요, 네 번째 고개 너머 열린 잔치에 청년들을 위한 잔칫상 두어 개를 따로 차렸습니다. 잔칫상 콘셉트는 켄 로치 감독의 영화 제목 ‘빵과 장미’에서 따왔는데요, 언젯적 ‘빵과 장미’냐는 항의를 반영해 조금 바꿔봤습니다. ‘빵과 책’. 청년들은 저희가 새로 깐 평평한 고갯길만 건너면 빵과 책을 얻을 수 있습니다.
헷갈리지 마세요. 어린이·청년·어르신 모두 첫 번째부터 네 번째 고개, 그리고 보름달 고개를 모두 넘고 고개마다 배정된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청년들(1980~2000년생)은 ‘청년을 위한 고개’ 선물을 추가로 신청해야 합니다.
거기 청년 독자님, 오랜만에 고향집 갔는데 방에만 있지 마시고요. 저 어르신, 동그랑땡 집은 손으로 답안지 만지면 글씨가 번진다고요. 친구·가족들과 함께 고개를 넘어보세요. 같이 걷다보면 그 길이 유토피아일지도 모르잖아요. <한겨레21>도 함께 걷겠습니다.
출제위원장 김선식 기자kss@hani.co.kr
응모요령/ 퀴즈왕도 이거 모르면 말짱 황
동그랑땡 손 씻고 답안지 집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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