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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너무 바쁜 새내기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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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2-0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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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독자|대구시 청당중학교 교사 정소흔씨

“아이들이 짓궂죠?” “아휴, 말도 마세요.”

올해 2월 대학을 졸업하고 3월에 청당중학교 도덕교사로 부임한 새내기 교사 정소흔(24)씨는 요즘 아이들과 싸우느라 하루가 짧다. 입는 옷 하나하나 참견하고, 말하는 건 다 흉내내며 즐거워하고…. 아직도 대학생티를 못 벗은 젊은 교사니, 학생들에겐 놀잇감 하나가 생긴 셈이다.

짧은 교사 경력이기에, 아직도 가장 어려운 것은 ‘가르치는 일’이다. 도덕과목을 담당하다보니 아이들이 공감하는 문제와 교과서를 어떻게 연결시킬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산다. 그래도 아이들을 위해 뭔가 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낄 때가 많다. 수업에 들어갔을 때 말 안 듣는 학생들은 엄하게 대하면 오히려 반항하기 쉽다. 그런 학생들을 앉혀놓고 친구처럼 조근조근 대화하면, 결국에는 선생님의 생각을 이해해준다고. 그는 요즘 그런 ‘재미’에 산다.

실제 현장에서 교육 현실을 접해보니 불합리한 점들도 많이 발견한다. 우선, 가르치는 일 외에 잡무가 너무 많아 제대로 수업준비에만 몰두할 수 없다. 또한 교사의 위신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서 학부모들조차 권위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교사가 되는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의 꿈이었다.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들이 모두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들이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사람은 행복한 법이다.

그가 <한겨레21>을 정기구독한 것은 교사로 발령받은 올해 3월부터. 물론 그전에도 자주 가판대에서 사봤지만,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면서 구독을 결심했다. <한겨레21>을 특별히 아끼는 이유는 여느 주간지와 다른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고,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하기 때문이란다.


정씨의 수업은 주말에도 이어진다. 시각장애인 전용 교회에 다니면서 그들을 위해 초중고등학교 과정 학습을 도와준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시각장애인 교회에 다니면서 장애인 봉사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그런 일들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상태다. “그 사람들 졸업하면 할 일이 없어요. 최소한 사회와 그들을 연결시켜주는 일이 중요하죠.” 대학 시절에는 시각장애인말고도 생활보호대상자 자녀들을 교육하는 일에도 앞장섰다. 어떻게 그런 힘든 일들을 해나갈 수 있는지. 게다가 바쁜 시간을 쪼개 교육대학원까지 다니고 있으니….

우선은 대학원을 졸업해 똑똑한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도덕과목 하면 당연한 얘기만 하는 수업을 연상시키는데, 좀더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윤리문제에 접근해서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싶단다. <한겨레21> 기자들에게 좋은 기사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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