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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이름값 하는 잡지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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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1-2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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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독자|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박미랑·오경민씨

사진/ (이용호 기자)
“가을 단풍이 참 예쁘죠? 안녕하세요, 저는 <한겨레21>의 애독자랍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언론정보학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함께 <한겨레21>의 기획과 특징에 대해서 논문을 쓰려 합니다.”

그들의 질문은 끝없이 이어졌다. 시장점유율, 판매부수 등 ‘영업비밀’까지 캐묻는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3학년 박미랑, 오경민씨. <한겨레21>에 대해 기자가 알고 있는 알량한 지식들을 다 털어놓은 뒤에야 인터뷰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제 역으로 <한겨레21>에 대해 기자가 물어볼 차례였다. <한겨레21>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무엇이라 생각하냐는 첫 번째 질문에, 뜻밖에 너무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름이 좋잖아요.” ‘한겨레’라는 이름 자체가 참신하고 진보적인 이미지를 주기 때문에 듣기만 해도 읽고 싶어진단다. 그렇다고 마냥 ‘이름장사’만 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이름에 걸맞은 알맹이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이죠.”

최근 가장 인상 깊게 읽은 기사로 오경민씨는 ‘남자의 눈물’을 꼽았다. 일단 주제가 다른 주간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참신한 맛이 있었다는 평이다. 박미랑씨는 주류논쟁을 다룬 표지이야기를 꼽았다. 자신이 항상 주류에 속한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사회의 주류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깨닫게 해줘서 좋았다고. 박씨는 언론학도답게 따끔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잡지를 처음 읽을 때는 한겨레신문사라는 이미지 때문에 자기 주장을 강하게 말할 수 있는 시사지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대에 못 미친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들은 현재 다큐멘터리 제작 동아리인 ‘다큐’의 창립멤버로도 활동중이다. 2학년 때 뜻있는 친구들을 모아 시작했는데 벌써 회원이 20여명을 넘어섰단다. 일이 좋아 시작했지만 사람들이 번번이 섭외를 거부할 때면 회의도 든다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자는 것인데, 괜히 편견을 가지고 취재를 막거나 피할 때면 섭섭해요.” 취재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입을 모아 이미례 감독을 꼽았다. 짜증을 자주 내서 취재하기 가장 힘들었던 분이라며 웃음을 터뜨린다. 그래도 다 찍을 때까지 꾹 참고 취재에 응해준 감독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해달란다. 이들의 작업은 이미 아마추어 수준을 넘은 것 같다. 특히 오경민씨는 지역문화의 해 추진위원회가 개최하는 지역문화영상제에서 문예진흥원장상을 받기도 했다. 오씨에겐 대학생활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었다.


졸업하면 유학을 가서 제대로 된 기자가 될 준비를 하고 싶다는 박미랑씨, 광고회사 AE가 꿈이라는 오경민씨. 이들의 얼굴에도 취업난의 그늘은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래도 이들이 부러운 것은 아직 꿈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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