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게 밝아요!
등록 : 2015-05-05 15:39 수정 : 2015-05-08 17:44
밝고 기운찼다. 김보금(60·사진 왼쪽)씨의 화통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전해졌다. 경력단절 여성들의 취업 연계와 교육을 담당하는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에서 일하는 그는 “제가 에너지가 겁나게 많은 사람이거든요. 하하하”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늦깎이’ 대학원생 시절, 교수님 방에 있던 <한겨레21>을 훔쳐(?)보던 생활을 청산하고 <한겨레21>을 정기구독한 지 8년째. 세상을 비틀어 보는 남다른 시각에 매료됐던 그때처럼 지금도 <한겨레21>에 대한 애정은 한결같다. “<한겨레21>이 오는 수요일을 손꼽아 기다려요. 그날 제 자리에 <한겨레21>이 없으면 불안해요. 잡지를 읽을 땐 처음부터 끝까지 밑줄을 쳐가며 정독해요. 한 글자, 한 글자 놓치지 않으려고요.”
목소리에 힘이 넘치세요. 27년간 소비자운동단체에서 일하다 지금은 경력단절 여성들의 취업을 돕고 있어요. 이곳 센터에 오는 여성들 중 1년에 4400여 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었어요. 그들의 재취업 성공 스토리를 담아 지난해 11월 <엄마, 어디 가?>라는 책도 냈어요.
제 주변에도 많은 경력단절 여성들이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미혼 여성들이 결혼해서 계속 일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적다보니 저 역시 시어머니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일을 하기 힘들었어요. 무엇보다 처음부터 경력단절을 예방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하죠.
<한겨레21>에서 눈여겨보는 연재물이나 칼럼이 있다면. ‘공지영의 딸에게 주는 레시피’를 챙겨봅니다. 음식에 대한 애정을 담고 사람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공지영씨의 글이 좋아요. 레시피도 아주 쉬워서 따라할 수 있어요. 딸이 그걸 보고 오징엇국을 먹고 싶다고 해서 직접 만들어 먹었어요.
기억에 남는 기사는. 농·축산 이주노동자들을 다룬 ‘눈물의 밥상’ 기사를 읽고 그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보게 됐어요. 제가 먹는 밥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생각하게 됐고요. 제 자리에서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라는 고민으로까지 이어졌죠. 그러다 이주 여성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을 위한 직업 프로그램 등 교육강좌를 새로 만들었어요.
주로 언제 <한겨레21>을 보세요. 하루나 이틀 정도 날짜를 정해서 보는 편이에요. 장거리 여행을 하거나 출장 갈 때 꼭 챙겨요. 다 본 <한겨레21>은 아까워서 그냥 못 버려요. 제가 일하는 곳의 독서실에 꽂아둡니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요.
앞으로 다뤘으면 하는 기사는. 정치·사회 분야를 더 파고들고 그 이면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소외계층의 이야기를 더 많이 담았으면 좋겠어요.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