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구독 10년이 넘으면 <한겨레21>과 ‘텔레파시’가 통하는 걸까. 경기도 안성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남궁승(36)씨는 기자와 통화하며 구독사를 되짚다 말고 “(단박인터뷰 전화가 올) 예감이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달뜬 목소리였다.
그는 매번 퀴즈큰잔치에 응모하면서도 ‘독자 단박인터뷰 신청’은 ‘아니요’만 표시해오다가, 지난해 한가위 때 처음으로 ‘예’를 선택했다. <한겨레21>에 부탁하고 싶은 게 생겨서다. 그 부탁은 “그동안 <한겨레21>을 거쳐간 기자들이 지금 뭐하고 있는지 근황을 알려달라”는 것. 장기독자의 ‘아우라’를 접하며 “아…” 하고 탄성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유현산·김남일 같은 실명은 물론, ‘X기자’도 언급했다. 전할 방법을 궁리해봐야겠다.
구독 계기가 뭐였나. 2002년? 당시 근무하던 학교에서 한 동료 선생님이 <한겨레21>의 문예행사에 응모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학생의 원고가 <한겨레21>에 실렸다. 그 글을 본다고 <한겨레21>을 보다가 다른 기사도 봤다. 그리고 구독을 시작했다.
그럼 그때 본 ‘다른 기사’ 덕분인 건가. 내용을 기억하나. 그렇고 말고! ‘기자가 뛰어든 세상’이란 꼭지였는데 기자가 치질 수술 체험기를 썼다. 빵 터졌다. 신문 기사 등은 어렵다고 생각해왔는데, 그 기사는 신선했다. 특히 마지막에 기자가 “아기처럼 분홍빛 똥꼬를 갖고 싶다”고 그랬나? 정확진 않지만 표현이 재미있었다. (기사를 찾아보니, ‘국화꽃 같은 항문’이었다. ‘똥꼬’란 단어도 3회 쓰였다.)
그 기사, 꼭 찾아보고 참조하겠다. 최근 기사 중에 기억나는 건? 숙제하는 느낌이다. (웃음) 편집장 바뀐 게 기억에 남는다. (고민하다가) 최근 이사를 한지라 밀린 걸 한꺼번에 몰아보고 있어서….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다룬 기사를 엊그제 봐서 그것만 기억난다. 보통은 뒤에서부터 많이 읽는다. 1장짜리 짧은 것부터. 강명구 교수의 반쪽 시골생활, 주부가 쓰는 ‘강원도의 맛’ 같은 소소한 얘기들이 좋다.
고백하자면, 엽서에 ‘가격이 올라도 사랑한다’고 쓴 게 인상 깊었다. 그 사랑, 변함없는지 물어봐도 되나. 열흘 전에 정기구독 연장했다. (웃음)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남궁승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