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이종식 중위
최전방 GOP를 지키고 있는 이종식(25) 중위는 부임 초부터 왜 부대에 <조선일보>만 배달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통일대교’를 건널 수 있는 자격증을 조선일보 보급소만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안 그는 보급소에 전화를 걸어 “다른 신문도 함께 배달해 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욕설뿐. 결국 이 중위는 신문을 포기하고 대학 때부터 즐겨보던 <한겨레21>을 구독하기로 마음먹었다. “세상과 단절된 최전방에서 <한겨레21>은 무뎌진 눈과 귀를 열어줍니다.”
2박3일의 짧은 휴가를 얻은 이 중위가 한겨레신문사를 찾아왔다. 군인들한테 <한겨레21>을 선전하고자 이주의 독자가 되길 자청한 것이다. 그는 96년 연세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한겨레21>을 구독해왔다. 학생회 활동을 하다보니 선배들이 보는 시사지를 자연스레 접할 수 있었단다. 그는 특히 ‘마이너리티’ 등 차별에 힘겨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게이, 장애인, 이주노동자, 양심적 병역거부자문제 등 항상 논쟁의 중심에 서는 <한겨레21>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치면에 너무 주류 정치인들만 등장하는 것 같다는 비판도 잊지 않았다. “물론 다른 주간지들보다 많이 다루긴 하지만 그래도 좀 아쉽네요. 진보세력의 대안정당, 시민단체 리더들의 의견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군생활이 힘들죠?”라고 물어보자 대뜸 “요즘 군대 많이 달라졌어요”라는 대답이 날아왔다. 최전방 초소를 지키고 있다보니 갇혀 있는 느낌이 들 때가 많지만 예전 군대같이 구타가 난무하는 비민주적인 군대를 상상하면 안 된다고. 특히 그의 소대는 소대장부터 말단 이등병까지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워낙 서로 사이가 좋다보니 전역해서도 옛 부대원들끼리 ‘백마전우회’라는 친목단체를 만들자고 약속했단다. 지금 이등병 막내가 제대하는 2004년에 첫 모임을 가질 계획인데, 벌써 백마전우회 회보를 만들고 있다고. 그의 서글서글한 인상을 보면 부대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도 남을 것 같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이 중위의 인생목표는 사회복지학을 계속 공부해서 우리 사회의 아픈 부분을 치유하는 것이다. 그 목표를 위해서 일단 언론사 시험을 볼 예정이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려면 일단 우리 사회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언론사에서 일하며 시야를 넓히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다.
2박3일은 너무 짧은 휴가다. 친구 어머니 문병도 가야 하고, 공사중인 집 정리도 도와야 하고, 신문사까지 같이 온 애인과 밀린 데이트도 해야 한다. 그래도 그의 머리 한켠에 병사들에 대한 걱정이 떠나지 않는 것 같다. “전 그래도 한달에 한번은 나오지만 6개월 동안 나올 수 없는 사병들은 얼마나 고생이 심하겠어요.”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lo.kr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l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