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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1047호를 읽고

1048
등록 : 2015-02-07 12:24 수정 : 2015-02-0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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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썩 나쁘지만은 않을 미래

청년에게 소설가 김영하는 말했다. ‘어차피 여러분은 모두 잘 안 될 거예요.’ 그가 등단한 1990년대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사회·경제적 토대를 설명하며 펼친 비관은 아이러니하게도 묘한 안도감을 줬다. 기획2 ‘버려진 것들에 새 생명을’을 읽으며 그때와 비슷한 종류의 낙관이 마음을 스쳐갔다. 우리는 더 이상 한계 없는 확대생산으로 부를 축적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적게, 오래, 바꿔 쓰는 수밖에. 그 미래에 딱 맞는 삶을 일궈가는 이들의 이야기에 솔깃했다. 그 방식은 경쾌하기까지 하다. 서로의 추억을 나누고 물건의 기억을 함께 써나갈 수 있다니. ‘모두 잘 안 될 거라는 미래’가 썩 나쁘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함규원 마지막이 아름다울 잡지

폐간호를 준비하는 독립잡지 <헤드에이크> 기사 ‘그렇게 우리는 장례식을 준비합니다’가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잡지가 으리으리하게 시작해 말도 없이 사라진다. 최소한 마지막 인사라도 독자에게 건네겠다는 잡지의 윤리가 아름답다. 40년간 좌파 지식인들의 지적 교류의 장이던 <뉴레프트리뷰>라는 잡지가 있었다. 한때 문을 닫았다가 2000년에 재창간하며 당시 한 편집위원은 저널의 존속 기간이 그 성취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며 “잡지는 그 전망이 아무리 미적지근한 것일지라도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노력에 항상 동조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삶을 수긍한 채 살기보다 질문을 던지며 늙어가자”며 <헤드에이크>를 만든 5년 동안 쌓아둔 고민과 다짐이 다른 지평에서 이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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