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베르나 행운의 주인공 고미라씨
퀴즈큰잔치의 행운은 아이가 가져다준다? 올해 설 퀴즈큰잔치에서 자동차를 탄 황경희씨에 이어 한가위 퀴즈큰잔치 베르나 당첨자 고미라(32)씨도 만삭의 임신부였다. “이 아이가 복덩이예요”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어찌나 닮았던지 혹시 예전 당첨자명단을 보고 찾아온 것은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내년 설을 손꼽아 기다리는 독자들이여, 아이를 갖을 계획이라면 서두르시라!
고씨 부부는 귀성열차 안에서 대부분의 문제를 풀었다고 한다. “쉬운 건 남편이 풀었고, 어려운 문제는 제가 좀 도왔죠.” 벌써 5년째 퀴즈큰잔치에 응모하다보니 내공이 쌓여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5단계는 녹록지 않았다고. 처음 당첨된 사실을 안 쪽은 남편 노년환(31)씨였다. 전화로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믿을 수 없었다. 5년 동안 당첨자 명단만 나오면 “놀라지 마. 우리가 자동차 탔어!”라며 장난을 쳐온 남편이라, 이번에도 장난이거니 하면서 넘어갔다. 실제 잡지를 본 뒤에야 행운을 실감할 수 있었단다. “이제 친정집에서 받아온 낡은 차 대신 새 차에 우리 아일 태워야죠.” 벌써부터 꿈에 부푼 얼굴이었다.
고씨는 주변의 권유로 5년 전부터 <한겨레21>을 구독해왔다. 주로 사회면과 문화면, 특히 영화 관련 기사들을 즐겨읽는 편이다. 최근 표지이야기로 나온 ‘장모시대’가 참신한 내용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앞으로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고 참신한 기사들 많이 쓰세요.” 기자들을 향한 고미라씨의 소박한 바람이다.
학원강사로 일하던 고씨는 7년 전쯤 북한산 등산을 가서 고등학교 사회교사인 남편 노씨를 만났다. 한살 연하인데 문제는 없었냐고 묻자 “우리 남편이 워낙 늙어뵈서 그런 문제는 없었어요”라며 웃는다. 고씨는 요즘 ‘주말 과부’라는 말을 실감한다. 전교조 소속 교사인 노씨는 시위다 뭐다 현장을 찾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워낙 사람을 좋아해서 평소에도 주말이면 산악회, 풍물패 등 여러 동호회 활동 때문에 집을 자주 비운다. 이에 질세라 고씨도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맏아들을 데리고 친구들과 함께 춘천 여행을 갔다오기도 했다. 부부라도 각자의 인생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게 고씨의 생각이다. 그러나 “요즘 교육개혁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한겨레21>도 교육문제를 많이 다뤄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엔 남편에 대한 걱정이 가득 배어 있었다.
고씨는 앞으로 3년 정도 아이 키우는 일에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친정어머니에게 부탁할까 생각도 했으나 “어머니도 자기 인생이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맡길 수 없었다고. 3년 뒤에는 자기 할 일을 찾아볼 생각이다. 특히 사회사업쪽에 관심이 많단다. 이 낙천적인 아줌마에게 3년 뒤엔 또다른 행운이 찾아올 것 같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