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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이웃과 김장,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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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0-20 17:21 수정 : 2014-10-2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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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미향 기자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 냇물에 깨끗이 씻어 소금 간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독 곁에 작은 독이요 그보다 작은 항아리라./ 양지에 헛간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장다리무우 아람 한 말도 얼지 않게 간수하소.”

김장에 관해 읊은 <농가월령가>의 한 대목이다.

김장의 계절이 다가왔다. 김장은 엄동설한의 겨울 3∼4개월을 지내기 위한 채소 저장의 방법으로 한국에서 늦가을에 행하는 독특하고 중요한 행사다. 이때 담근 김치를 보통 김장김치라고 한다.

김장김치는 배추나 무를 주된 재료로 하고, 미나리·갓·마늘·파·생강과 같은 향신미의 채소를 부재료로 하여 소금·젓갈·고춧가루로 간을 맞춰 시지 않게 겨우내 보관해두고 먹는 침채류(沈菜類)의 하나다. 김치엔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익는 동안에 생긴 유산균이 정장작용을 해 비위를 가라앉혀준다. 항암 성분도 있어서 각광받고 있다.

김장은 예로부터 ‘겨울의 반 식량’이라 하여 어느 지역 어느 가정에서나 필수적으로 담갔는데, 김장철은 대체로 입동 전후가 알맞은 시기다. 김장김치는 5℃ 전후의 낮은 온도에서 온도의 변화 없이 익히고 저장해야 맛이 좋고 변질되지 않으므로 알맞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보통 김치 보관용 광을 따로 둬 그곳에 김칫독을 묻고 짚방석을 만들어 덮었다. 짚방석을 덮는 풍습은 방한 효과뿐만 아니라, 볏짚에서 잘 번식하는 김치의 숙성에 필요한 미생물을 번식시키려는 목적도 있다.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는 예전처럼 김장을 한꺼번에 많이 담그지 않고 필요에 따라 수시로 담가 먹기도 한다. 김치냉장고가 개발돼 김치를 보관하는 데도 상당히 편리하다. 또한 김치를 제조해 판매하는 회사도 있어서 돈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건 김치를 구입해 먹을 수 있다. 그럼에도 질 좋은 배추나 무를 고르고 고춧가루·소금·젓갈을 비롯한 좋은 재료를 선택해 정성스럽게 김치를 담그면 겨울을 지혜롭게 보낼 수 있고 식생활의 안락함을 누릴 수 있다.

잘 익은 김치에 쌀밥 한 그릇이면 배가 부르다. 고춧가루 빛깔이 붉은 김치 한 조각을 하얀 밥 숟갈에 얹어 먹으면 다른 반찬은 찾지 않아도 된다. 김치는 평균수명 여든 살 시대에 무병장수를 실현하는 영양 만점의 식품이다. 인스턴트 음식 대신 우리 고유의 음식인 다양한 김치와 밥으로 건강을 챙기고 식도락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이옥출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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