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연세춘추> 편집국장 김정하씨
오후만 있는 일요일…. 주말엔 항상 밤을 새운다. 금요일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서 궁싯거리다 컵라면 한 그릇으로 쓰린 속을 달래고, 소파위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면 퉁퉁 부은 얼굴로 조판소로 달려간다. 기사를 쓸 땐 왜 이짓을 하고 있나 싶다가도 자판기 커피 한잔으로 토요일의 고즈넉한 새벽을 맞이할 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것이 바로 대학 학보사 기자들의 ‘천형’이다.
연세대학교 학보사 <연세춘추> 편집국장 김정하(22·인문학부 3년)씨도 이런 새벽을 3년째 맞고 있다. 그에게 <한겨레21>은 기사 아이템 ‘참고용’이다. 시사, 학술, 문화부 기자들에겐 기획이 항상 악몽으로 다가오게 마련. 시사지의 기사들을 통해 도움을 얻을 때가 많다. 때로는 <한겨레21>을 보다 “어, 이건 우리가 쓰려고 한 기산데, 언제 훔쳐갔지?”라며 허탈해 할 때도 있다. 설마 훔쳐가기야 했겠는가. 예비수습 시절부터 계속 읽어오면서 가장 기억남는 기사는 지난해 황석영씨와 이문열씨를 인터뷰해 문화권력 논쟁을 다룬 표지이야기이다. 가장 민감했던 문제를 제대로 꼬집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최근에는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박노자의 ‘북유럽 탐험’에 재미를 붙였단다.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신랄한 비판을 해달라고 하자, “그냥 참고용으로 읽는다니까요”라며 웃다가 마지못해 한마디 덧붙인다. “너무 논조가 분명해서 제목만 봐도 결론을 알 수 있는 기사들이 많아요. 좀더 새로운 접근법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김씨는 왜 학보사 기자라는 고행길을 선택했을까. 고등학교 시절 원래 그의 꿈은 정신과 의사가 되는 것이었지만, 이과 공부를 하며 자신의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재수를 하며 문과로 바꿨다. 이번엔 “글을 써보겠다”라는 꿈을 품은 것이다. 그가 학보사에 들어오게 된 것도 글에 대한 욕망 때문이다. 예비수습, 수습, 정기자, 부장을 거치며 그의 어깨로 짊어지기엔 너무 많은 고민들이 쌓여갔다. 가장 큰 고민은 ‘점점 입지가 좁아져가는 대학언론은 어떤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가’이다. 고학년이 되면 기피하게 마련인 편집국장 자리를 주저없이 맡은 것도 그 고민을 풀기 위해서이다. 해답을 찾았는가는 묻지 않았다. 어차피 단기전으로 끝날 고민은 아니니까.
그동안 인터뷰한 사람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상지대 김정란 교수라고 한다. 지식인문제를 다룬다고 하자 다들 문전박대했는데, 김정란 교수는 흔쾌히 허락해 줬다고. “처음 보자마자 어떤 ‘영성’ 같은 걸 느꼈어요.” 취재원에 대한 최대의 찬사가 아닐까 싶다.
찬바람이 불어오니 이제 편집국장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신입생환영회 때 무리하다 병원에 실려갔다는 김씨는 이제 어느 술자리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을 만큼 단련됐다. 는 게 어디 주량뿐이겠는가. 학보사 경험은 그의 평생을 따라다닐 것이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사진/ 김정하씨.(강창광 기자)
찬바람이 불어오니 이제 편집국장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신입생환영회 때 무리하다 병원에 실려갔다는 김씨는 이제 어느 술자리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을 만큼 단련됐다. 는 게 어디 주량뿐이겠는가. 학보사 경험은 그의 평생을 따라다닐 것이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