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숨 쉬는 것처럼 봐요”
광주의 창간 독자 김경수씨
등록 : 2014-03-11 14:40 수정 :
“<한겨레21>이 홀쭉하면 내 몸이 다 홀쭉해진 것 같아요. 광고가 줄었나 싶고, 가슴이 철렁하죠.” 피아가 사라진 경지다. “매일 밥 먹고 숨 쉬는 것처럼 <한겨레21>을 봐요. 안 보면 일주일이 이상하고, 옆에 두면 든든하고.” 광주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김경수(60)씨에게 <한겨레21>은 20년간 한결같은 습관이었다. 병원에 비치해두면 손님들도 읽고 갔다. 집에선 아이들의 논술 교재로 활용했다.
“어려운 시대에 ‘내가 할 일이 뭔가’ 해서 <한겨레>의 창간 주주가 됐고, 1994년 <한겨레21> 창간 광고가 났을 때는 당연히 구독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의무감만으로 20년을 한결같이 지지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노동 OTL’ 시리즈는 거르지 않고 읽었다. “다른 잡지들이 감히 손도 못 대는 주제에 심층적으로 접근한 르포 기사들이 좋습니다. 그런 것이 <한겨레21>만의 용기지요.” ‘삼성 권력’을 해부한 기사, 최근에는 철거용역업체 ‘다원’(적준)을 다룬 기사가 기억에 남는다.
그런 용기가 사라질 때 ‘한겨레21다움’이 빛을 잃는다. “돌아보면 20년 동안 논조의 변화 없이 꾸준하지 않았나 합니다. 2000호, 3000호까지 변치 않고 논조를 지켜가길 바랍니다. 절필하더라도 곡필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창간 20주년을 맞은 <한겨레21>에 그가 거듭 주문하고픈 메시지도 한 가지다. “정치, 언론, 어디에도 크게 믿을 만한 곳이 없습니다. 신뢰와 희망을 주는 언론이 되어주십시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