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한겨레21〉도 지금 읽어라”
서울의 창간독자 김현근씨
등록 : 2014-03-11 14:40 수정 :
지난 20년을 “<한겨레21>과 동행한 삶”이라고 김현근(46)씨는 표현했다. “항상 의견이 일치했던 것은 아니지만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온 시간이었다. 많이 공감하고 위로받았다.”
김씨는 ‘업계’ 사람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1986년 “불온서적의 온상지”인 사회과학출판사에 첫발을 내디뎠다. 사회 비판 의식이 움텄을 때 군대를 다녀왔고 자연스레 출판업계로 복귀했다. 그 뒤 20년간 케임브리지출판사의 영업자로 전국을 누볐다. <한겨레21>이 매주 배달되는 곳도 이 출판사(서울 구로동)다. 진중권과 정재승의 크로스, 김어준·김규항의 쾌도난담, 김소희의 오마이섹스 등 <한겨레21>의 대표작을 김씨는 줄줄 읊었다. 그 대표작들이 책으로 묶여 나오면 구입해 다시 소장했다. 이유를 묻자 쑥스러운 듯 “그냥 책 욕심이 많아서”라고 웃었지만 따뜻한 애정이 듬뿍 느껴졌다.
김씨는 이렇게 아껴온 ‘동행자’를 후배들이 거들떠보지 않아서 아쉽다고 했다. 과월호 몇 개를 일부러 사무실에 쌓아놓아도 집어다 읽는 20∼30대가 없단다. 출판인들에게도 <한겨레21>이 찬밥 신세라니 눈물이 찔끔 나오려 했다. “피로해서 그렇다. 기다리면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계속 나빠지기만 하니까 심드렁해진다. 지치지 말아야 하는데 자꾸 지친다.”
내수경제가 다 얼어붙었지만 특히 출판업계는 불황의 늪을 헤매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출판사의 영어교재를 수입 판매하는 김씨의 일터도 예외가 아니란다. 책을 당최 읽지 않으니까 말이다. “책은 평생 읽을 수 있는 게 아니더라. 40대 중반이 넘으니까 노환이 와서 오랫동안 책을 읽을 수 없다. 읽고 싶은 책은 쌓여가는데 참 서글프다. 다 잃고 후회하지 말고 지금 마음껏 읽어라.” 김씨의 당부다. 이왕이면 <한겨레21>부터.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