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치는 이야기 보고 싶다”
대구의 창간독자 정기철·최후남 부부
등록 : 2014-03-11 14:39 수정 :
1962년생 동갑내기 부부 정기철·최후남 부부에게 <한겨레21>은 자녀들과 대화하는 창이었다. 공식적인 구독자인 남편 정기철씨는 “요즘은 아이들이 더 열심히 본다”며 “아이들과 함께 <한겨레21>을 보고 대화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자연스레 비슷해졌다”고 전했다. 그렇게 <한겨레21>과 함께 성장한 1남1녀가 벌써 대학생이다. 맏이인 아들 정준영씨는 생명공학, 딸 정효영씨는 정치학을 전공한다. 정씨는 “아이들에게 논리를 어떻게 익히게 할까, 아니 논리 이전에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어떻게 전할까 고민했는데 <한겨레21>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공부한 자녀들은 자신이 원하는 학과,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학을 다니고 있다.
1994년 서울에서 구독하기 시작한 잡지를 지금은 대구에서 보고 있다. <한겨레> 창간주주인 독자 부부는 1995년 고향인 대구로 내려갔다. 남편은 감정평가사 사무실을, 아내는 논술학원을 열었다. “관점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대구에서 비슷한 생각을 담은 <한겨레21>은 생각을 나누는 친구 같은 존재였다. 특히 논술학원을 운영하는 아내 최후남씨는 “엄마들이 논술에 도움되는 책을 권해달라고 하면 <한겨레21>을 가장 먼저 추천한다”고 말했다. 구독자를 넘어 전파자의 역할도 톡톡히 해온 것이다. 꼼꼼히 읽어보고 학원 강의에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다.
최씨는 내 자식들뿐 아니라 남의 자식도 잘 자랐으면 하는 바람에서 학원에서 최선을 다했고, 이제는 지역사회에 기여할 바를 고민하고 있다. 동네 아주머니들과 함께 사회적 기업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그는 “독서와 함께 정서적 지원을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20년을 꾸준히 봐온 내공은 <한겨레21>에 바라는 바를 ‘간단하고 위대하게’ 요약했다. “좋은 이야기를 현장감 있게”. 흔한 비판 대신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이야기’를 널리 알려달라는 것이다. 언젠가 독일에 갔을 때, 자신이 <한겨레21>에 실린 생태도시를 직접 찾아가보려 했던 것처럼 “가슴을 치는 이야기”를 보고 싶단다. 보수적인 대구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어머니의 속 깊은 바람이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