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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고맙다, 덜 무식하게 해줘서”

경북 경주의 창간독자 서동국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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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11 14:33 수정 : 2014-03-1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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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뒤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의 대표주자. 1980년대 경제성장의 주역. 1987년 민주화항쟁 땐 ‘넥타이부대’. 40대가 되자 사오정(45살 정년), 50대에 들어서니 오륙도(56살까지 회사 다니면 도둑놈)란 말을 듣게 된 세대. 경북 경주에서 살고 있는 서동국(56)씨도 그 유명한 ‘58년 개띠’다. 중학교에서 체육 과목을 가르치는 그는 정년 퇴임을 앞두고 두 해 전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삶의 터를 옮겼다.

20년 전, 서른여섯 서씨도 중학교 선생님이었다. 경상북도 지역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활동을 했다. 문민정부가 들어섰지만 여전히 녹록지 않은 시절이었다. ‘세상 흐름을 알기 위해’ 먼저 <한겨레>를 보기 시작했고 <한겨레21>이 창간되자 곧바로 정기독자가 됐다. “투쟁 현장이 관심사였다. 이동거리 때문에 지방에서는 그런 현장을 몸으로 접하기 어려웠는데, <한겨레21>은 나름의 시각을 갖고 현장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처음 구독할 땐 잡지를 끝까지 다 읽었는데 요샌 슬쩍 관심 있는 것만 본다. 그래도 아직까진 볼 만하니까 보고 있는 거 아니겠나.”

<한겨레21>은 서씨의 여행 친구다. 방학이 시작되기 몇 주 전부터 일부러 잡지를 읽지 않고 모아두었다. 혼자만 보던 잡지를 여럿이 나눠볼 수 있어 좋았다. 울릉도에서 태어나 ‘물개’ 빰치게 수영을 잘하고 ‘윈드서핑’이 취미다. 큰 배를 모는 선장이 되고 싶었을 만큼 넓은 바다를 좋아하는 그에게, 지금 살아가는 세상은 종종 갑갑하다. 선생님으로서 또 베이비붐 세대로서, 아이들에게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많다. 입시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게임중독이나 왕따 문제도 심각하다. 그가 보기에 아이들의 정서도 더 파괴됐다. 요즘 읽고 있는 김탁환 작가의 소설 속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얼마나 절망해야, 혁명을 꿈꾸게 될까.’

스무 살 생일을 맞은 여행 친구에게 한 말씀 해달라 청했다. “내가 고맙다. 촌사람 덜 무식하게 해줘서.”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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