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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한겨레21〉안주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충북 음성의 창간독자 전완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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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11 14:32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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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 기사의 기억이 아직 뚜렷하다. 표지를 장식한 기획 기사 ‘21세기, 열네 살의 도전’을 전완기(55)씨는 생생히 마음에 담고 있다. 전국 5곳에 살고 있는 열네 살들의 이야기를 담은 기사였다. <한겨레21>은 5년9개월 뒤 이 아이들의 스무 살을 후속 보도하기도 했다. “제본이나 디자인이 당시로선 혁신적이었습니다. 아이들 기사는 나중에 꼭 성장한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결과를 볼 수 있어서 좋았지요.”

<한겨레> 창간주주이기도 한 전완기씨에게 <한겨레21>과의 20년은 ‘외로운 시간’이었다. “지금은 <한겨레> 구독하는 걸 이야기해도 문제없는 세월이지만 처음엔 외로웠어요. 거의 ‘용공세력’ 정도의 느낌이었죠.” 외로움 속에서도 <한겨레21>을 읽는다는 것은 “자부심”이라고 그는 말했다. “자본주의가 깊어지면서 삶은 고달파지는 때에, 그래도 <한겨레>라면 믿고 신뢰할 수 있지요.”

그는 기실 잡지계의 ‘전문독자’다. <한겨레21> 말고도 <나들> <시사IN> <주간경향> 등 여러 잡지를 구독하고 있다. 긴장을 머금고 품평을 부탁했다. “<시사IN>은 투박하지만 저돌적인 느낌이 있어요. <주간경향>은 조금 촌스러운 듯한 맛이 있지만 좋고요.” 대망의 <한겨레21>은? “여우 같아요. 흠 잡을 데가 별로 없어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그가 덧붙였다. “<한겨레21>은 안주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모서리가 뾰족한 게 덜한 것 같아요.” 아픈 지적이다.

“(시사주간지들이) 서로가 있어야 발전할 테니, 잘나고 못난 것을 말하긴 어렵고 저마다의 장점이 있다”고 말하는 전완기씨. 아직까진 <한겨레21>이 조금이라도 각별한 눈치다. 읽어서 헌책이 된 뒤에도 <한겨레21>은 쉽게 남의 손에 넘겨주기 어렵다고 했다. “자식으로 치자면 첫아이 같은 애틋함이 있어요. 계속 옆에 끼고 있고 싶은…. (웃음)” 낳아서 고이 길러준 이를 ‘부모’라고 한다면 20년 동안 변치 않고 지켜준 창간독자는 분명 <한겨레21>의 어버이렷다. 오래 좋은 기사로 효도하고 싶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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