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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미래 어느날, 라디오를 켜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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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0-1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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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독자|대학생 이연숙씨

사진/ (이용호 기자)
“최소민씨가 연숙씨 친구라구요?”

아차 싶었다. 몇달 전 이주의 독자와 이번호 이주의 독자가 서로 친구 사이라…. 미모의 여자 대학생만 편파적으로 선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혹 무슨 ‘흉계’을 가진 것은 아니냐며 기자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어느 독자편집위원의 얼굴이 갑자기 떠올랐다. 이런 식으로 나가다간 친구, 후배, 언니, 동생까지 이 난에 여성독자들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지는 않을까. 그러나 이번호의 독자, 이연숙씨를 만나고 돌아서는 마지막 느낌은 “역시 잘 찾아냈군!”이었다.

서일전문대 영어과 2학년 이연숙(21)씨는 충남 서천 출신의 ‘서울 유학생’이다. 4남매의 막내딸인 만큼 이래저래 부모님의 걱정이 대단한 모양이다. “딴 부모님들은 안 그런데, 저희 부모님은 두달에 한번씩은 반찬거리를 싸들고 꼭 올라오세요. 어머니는 서울음식은 아무것도 믿을 게 없다며 콩나물까지 보내주시죠.” 그래도 이젠 서울사람이 다 돼 친구들이 자주 “촌티 벗었다”고 놀린다. 그가 <한겨레21>을 구독하기 시작한 지는 한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원래 정치·경제문제는 알레르기 증세를 보일 정도로 싫어하는데, 이왕 살 거면, 바꿀 건 바꾸고 고칠 건 고치는 사회 구성원의 하나가 되자라고 결심한 뒤부터다. <한겨레21>을 통해서라면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 시선으로 문제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최근 본 기사 중에는 미국 테러사건을 다룬 377호 표지이야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은 잡지에 적응하는 단계예요. 비판을 하며 읽는다는 건 무리죠.” 이 ‘초보 독자’의 매력은 말이 끝날 때마다 짓는 수줍은 미소였다.

어렸을 때부터 라디오광이었던 그의 꿈은 라디오 진행자가 되는 것이다. 라디오의 매력은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것 이상을 들려준다는 점이라고.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 그는 연예인이 되는 것과는 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전문대를 마치고 4년제에 편입해서 방송을 공부하고 싶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는 “어떤 학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거기에서 어떻게 공부하는지가 중요하다”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는데, 막상 학교에 들어와보니 한계에 부딪혔다. 재단문제부터 시작해 학사운영에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고, 학생들도 공부에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편입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시간이 좀 흐른 뒤 우연히 튼 라디오에서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면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최소민씨의 기사가 나온 뒤 어느 남학생이 자기를 소개해 달라며 메일을 보냈다. 자신도 <한겨레21> 독자고 몸도 튼튼, 마음도 건강한 젊은이라며, 간단히 신상명세까지 덧붙였으나 기자가 연락처를 분실한 상태라 전해주지 못했다. 이연숙씨에게도 프로포즈가 날아온다면, 실수하지 말아야지….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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