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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사랑을 실패하고 〈한겨레21〉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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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2-30 14:21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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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인 최용준(19)군은 사랑을 얻기 위해 <한겨레21>을 찾았다. 좋아하던 누나가 <한겨레21> 독자란 사실을 알고 ‘공통분모’를 만들 목적으로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누나는 그보다 10살이 많다. 부산 사나이 최군의 ‘파이팅’은 사랑에서만 발휘되는 건 아니다. 바른 정치를 희망하며 실천하는 데 그는 주눅 들지 않는다. 학생회장인 그는 새해 초 ‘거사’를 꿈꾸고 있다.

-누나한테 줄 선물 타려고 한가위 퀴즈큰잔치에 응모했는데.

=10만원 상품권 당첨됐다. 이어폰 사주고 책과 그림도 사줬다.

-사랑은 이뤘나.

=실패했다. 누나는 남자친구 있다. 웃는 모습이 예뻐 좋아했다. 열심히 노력했으니 큰 미련은 없다. 지금도 연락하며 지낸다.

-누나 때문에 본 <한겨레21>은 어땠나.

=<한겨레21>을 읽으며 세상 읽는 눈을 갖게 됐다. 나는 좋은 정치인을 꿈꾼다. 노무현 대통령 같은 정치인이 되고 싶다.


-최용준군에게 정치는 무엇인가.

=내가 믿는 바른 정치는 국민의 뜻을 아는 것이다. 철도 민영화 문제만 봐도 여당 정치인들은 민심을 너무 모르거나 모르는 척하는 것 같다. 국민의 마음을 모르니까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도 붙는 것이다. 요즘 매일 부산 서면으로 철도파업 지지 집회를 나간다.

-‘안녕들’ 대자보도 썼나.

=아직은 1인시위만 했다. 새해 졸업 전에 학교에도 써붙이려고 한다. 학교에선 반대할 것이다. 그래도 겁먹지 않고 쓰려 한다. 최근 교육부가 대자보 금지 공문을 내려보냈는데 새해엔 성년이 되니까 헌법소원도 낼 계획이다.

-수능은 잘 봤나.

=한 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수시전형에 합격했는데 등록은 안 했다. 재수하면서 후회 없이 공부해보려고 한다.

-<한겨레21>에 바라는 것은.

=중·고등학생들이 꿈을 가질 수 있는 기사를 써달라. 공부만 강요하는 학교는 다른 생각을 막고 꿈꾸지 못하게 한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가치를 따라 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달라.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했던 말을 좋아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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