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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고3 생활의 아주 특별한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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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9-2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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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독자/안양고등학교 윤형우군

“<한겨레21>을 사랑하는 학생독자 여러분. 우리만큼은 남들과 다른 눈으로 보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합니다!”

안양고등학교 3학년 윤형우군이 이주의 독자로 자원하면서까지 학생독자들에게 꼭 남기고 싶었던 한마디이다. 대한민국에서 윤군만큼 바쁜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다. 단순히 수능시험이 다가와서라면 전국의 고등학생들과 다를 바 없겠지만, 그 와중에도 다양한 활동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1학년 때부터 ‘NGO-E’라는 학내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NGO-E’는 99년에 학생의 사회참여라는 기치 아래 만들어진 학생 시민단체다. 지난해까지 가장 주력했던 사안은 안양시립도서관 개방시간 연장을 요구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학생대표가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교칙을 수정하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 이 동아리는 언론팀, 환경팀 등으로 세분화하여 지역사회의 여러 문제에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군이 <한겨레21>을 구독한 것도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사회문제에 조금씩 눈을 떠가면서 자연히 시사주간지를 접하게 됐다고. 그는 매주 수요일 친구들과 함께 <한겨레21>을 읽고 자유토론을 한다. 언론개혁, 페미니즘 등 기사를 바탕으로 매주 하나의 이슈를 정해 생각을 정리하는 자리이다. 그가 최근 가장 관심있게 읽은 기사는 370호 ‘지식인이여 가면을 벗어라’였다. <인물과 사상>을 정기구독하면서 우리 지식사회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던 윤군에게 명확한 해답을 제시해준 기사였단다. 332호 ‘무덤까지 간다, 당신의 학벌’도 인상 깊었던 기사였다. 고3 생활에 시달리며 ‘학벌’을 취득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었다. 한 가지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시민단체들의 활동에 대한 기사가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NGO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부족한 상황에서 ‘국민 주간지’인 <한겨레21>이 앞장서야 하지 않겠어요?” 그는 왜 기자가 뛰어든 세상에 ‘시민단체에 뛰어든 기자’편이 나오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반문한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시민단체에서 계속 활동하고 싶다는 윤군이 전공하고 싶은 분야는 언론학이다. 장준하 선생 같은 참 언론인이 되는 것이 일생의 목표이기도 하다. 그의 의욕이 대견하면서도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다. 그렇게 이일 저일 벌이고 다니면, 공부에 지장은 없겠는가. 이 질문에 그는 “전혀!”라고 힘주어 말한다. “한주에 한번 나오는 <한겨레21>은 제게 특별한 즐거움입니다. 별로 공부에 차질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요즘에는 대학 수시모집에 대비하기 위해 주위에서도 많은 친구들이 구독하고 있어요.”

이 멋진 친구에게, 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겨달라고 요청했다. “별로 할말은 없고요, 나중에 독자편집위원회에 들어가서 뵙겠습니다.” 내년에는 매달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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