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은 바쁜가요?
 등록 : 2013-07-29 17:00 수정 : 2013-08-0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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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들은 바쁜 편인가요? 제 생각으로는 불시 특종 & 산적 현업 & 탐사 취재 등으로 아주아주 바쁠 것 같아요. 그래서 옷도 후줄근하고 머리도 부스스한 고시생 스타일이 연상되는데, TV에 나오는 기자들을 보면 정말 세련되고 예뻐요.(윤희영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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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도 지금 아주아주 바쁩니다. 오늘 마감해야 할 기사 때문에 몸과 머리가 바쁘고, 내일 마감해야 할 기사 때문에 마음이 바쁩니다. 동료 기자 10명에게 “바쁘시겠지만 짬을 내어 꼭 답해달라”고 긴급 전자우편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응답률 40%. 오차범위 있겠죠. 그리고 답을 안 한 6명은 아주아주 바쁘기 때문 일 거라고 믿습니다. 
첫 번째 질문. 바쁘냐? 다들 바쁘다고 합니다. <한겨레21> 김 기자는 “이번주는 바쁘다. 바빠서 답을 안 하려 했는데 해코지당할까봐 답 했다”고 합니다. 그는 표지 기사를 써야 합니다. 
두 번째 질문. 왜 바쁘냐? <한겨레> 경제부 류 기자는 “일 때문”이라고 합니다. 답변은 고맙지만 이런 당연한 소리 를. <한겨레> 문화부의 친절한 남 기자(여기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바쁘다는 것은 ① 몹시 급하 거나 ② 딴짓할 겨를이 없다는 뜻이다. 대학원 동기들이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 고 살 때 궁금했다. 그때는 딴짓할 겨를은 없지만 급한 일은 아무것도 없어 보 였기 때문이다. 기자는 급한 일은 쌓여 있긴 한데 시시때때 딴짓할 겨를이 난다. 그래서 더 급해지고 바빠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한겨레21> 정 기자는 기자의 업무에 예측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퇴근 뒤 친구들이랑 술 마 시러 가는데 갑자기 사건이 터지는 경우죠. 약속을 자주 어기게 되는 기자에게 친구들은 “너만 바쁘냐”고 할 겁니다. 
세 번째 질문. 언제 바쁜가? “취재할 때와 기사 쓸 때” “취재원과 통화 중인데 또 다른 취재원한테 전화가 올 때” “일간지 기자 시절은 점심 먹고 저녁 먹기 전 까지, 주간지 기자 시절은 목·금요일 마감 때” 등 다양한 답변이 나왔습니다. “부장 얼굴을 볼 때”는 기자한테만 해당되는 건 아닐 것 같네요. 어쨌든 모든 기 자가 바쁜 때는 ‘마감이 닥쳐올 때’가 아닐까 합니다. 정 기자는 “분초를 나눠 마 감하기 때문에 이때는 제정신이 아니다. 그 시간에 전화를 하거나 만나러 오면 거의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마찬가지다. 나는 마감 시 간에 남편이나 부모님 전화가 와도 ‘마감’이라고 말하고 끊는다”고 합니다. 김 기 자는 “마감 때 거의 멘붕”이고요. 
 
 바쁘다는 걸 시간 개념으로만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저 역시 마감 때 부모 님 전화를 아예 받지도 않고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나중에 연락 주세 요’라는 자동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모자라서 바쁘다 기보다는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인 경우도 있거든요. 밤늦도록 파장 분위기인 국회 대정부 질문을 기자실 TV를 통해 (딴짓을 하며) 지켜봤을 때, 저는 바빴던 걸까요? 
네 번째 질문. 후줄근하고 부스스하냐? 모두 자기는 아니라고 합니다. ‘드레스 코드’는 매체마다 기자마다 출입처마다 때마다 달라요. 
북한에서는 바쁘다는 게 ‘매우 딱하다’는 뜻이랍니다. 용례로 ‘보기 바쁘다’가 있 습니다. 기자들은 바쁜 편일까요?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