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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등받이 바로 해달라는 건, 정리하기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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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15 19:26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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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수학여행을 다녀왔는데요.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가 숙소에 도착할 무렵 좌석 등받이를 제자리로 돌려놓고 내리라고 하셨어요. 비행기 이착륙할 때 등받이를 바로 해달라고 하는데,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처럼 나중에 정리하기 힘들어서 그러는 걸까요?(고교 1학년 유지현)

한겨레 자료

‘좌석 등받이를 제자리로 놔두는 건, 마치 화장실 변기 물을 내리고 나오는 것과 같을지어니.’

경기도 화성시에서 관광버스 대여 사업을 하는 김아무개님의 지론이십니다. 문 득, 지현 학생에게 좌석 등받이를 제자리에 놓아두라고 한 버스 운전기사님의 속사정이 궁금해졌어요. 당사자를 찾을 수 없으니 대변자를 찾아야 했죠. ‘관광 버스 운전’ 등의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을 했습니다. 마침내 찾아낸 한 장의 명함. 무작정 전화를 걸었습니다. 선생님, 왜 그런 말씀 을 하신 건가요? 1. 사소한 ‘버튼’ 하나 안 누르면 2. 다음 이용자가 불쾌해한다.

오호라, 고속버스에 올라탔을 때 등받이가 뒤로 젖혀져 있는 자리에 앉게 되면 좀 찝찝한 기분이 들긴 해요. 김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어떤 손님들 은 ‘왜 등받이가 제대로 돼 있지 않느냐’며 욕을 하 기도 한다네요. 손님들이 알아서 척척 좌석 등받이를 제자리로 돌려놓으면, 기 사님들의 수고로움도 덜어지겠네요.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비행기 이착륙 때 좌석 등받이를 제자리에 놓아야 하는 건 역시나 안전 때문이랍니다. 일반적으로 항공기 승무원들은 이륙 때 3분, 착륙 때 8분 동안에 가장 긴장한다고 합니다. 가장 위험한 순간이기 때문이지요. 승무 원님 말 안 듣고 버티면 큰일 납니다. 항공법상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 것이니까 요. 기장부터 1등석 손님까지 비행기에 탑승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해요.


답이 나왔는데, 아직 채워야 할 지면이 남았네요. 아는 승무원님께 급히 전화를 드렸어요. “똑바로 앉아 손을 뻗어 앞좌석을 잡고 팔과 팔 사이에 머리를 숙이 는 자세가 외부로부터 받는 충격을 가장 최소화할 수 있는데, 그 자세를 하려면 좌석 등받이를 제자리에 놔둬야 한다. 좌석이 뒤로 젖혀 있으면 이동하기 힘들 어지는데 비상시 탈출 통로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조처이기도 하다.” 이착륙 때 기내 조명이 어두워지는 까닭도 안전 문제와 관련이 있어요. 사람의 눈이 어 둠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려요. 그런데 비상 사태 땐 전원이 나가 조명이 꺼질 수도 있으니, 미리 어둠에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비교적 더 안전한 좌석이 있는 걸까요. 아는 승무원님 말씀으론, 워낙 항 공기 사고 유형이 다양해 단언할 수는 없다고 하네요. 다만 기체 뒤쪽이 앞쪽보다는 더 흔들린답니다. 울렁증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선호하는 좌석을 보면, 비행기 를 얼마나 자주 타는지 가늠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비행기를 처음 탄 분은 창가, 이 보다 조금 더 타본 분들은 비상구 쪽. 그리고 이보다 더 많은 탑승 경험이 있는 분들 은 느지막이 기내에 들어와 누울 수 있는 양 옆자리 빈 좌석을 찾아헤맵니다.

어쨌든, 안전을 위한 조처라는 걸 알아서일까요? 기내에선 의자 등받이를 제대 로 하라는 요청을 듣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네요. 반면 버스기사님들의 말을 무시하는 사람은 제법 있다고 하니, 어디서든 누르라고 있는 ‘버튼’은 누르는 게 매너인 듯합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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