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림 인간의 조건 유죄로 지목된 이상 무죄임을 주장하기 어렵다. ‘무죄와 벌’ 기획 연재 내내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수사 잘 받는 방법에 대한 법률 전문가들의 가이드를 읽으며, 적어도 선택할 방법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었다. 대처가 남긴 영국과 클레르크와 만델라가 남긴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이에서 갈 곳을 잃은 공공의료원과 긴장에 처한 남북관계를 읽는다. 인간의 조건은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경악스러운 미래, 설마 방송 프로그램의 제목으로만 기록되는 건 아니겠지. 박가영 현재진행형 에바다 인터뷰 특강 ‘새로고침’에서 박래군 선생의 강연을 들은 뒤라 그런지 957호가 오자마자 ‘박래군의 인권이야기’부터 읽었다. 에바다에서 비리재단이 물러나고 학교가 정상화될 때까지의 과정을 읽으며 비단 에바다 한 곳만의 사건이 아니라는 섬뜩한 예감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아픔과 생명의 위협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으리라. 그런 점에서 과거의 에바다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이었을지 모른다. 이 무거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박선희 규칙적인 생활이 보약
병원에 갔다. 머릿속이 울리는 듯 아프고, 속이 메스꺼웠다. 의사가 물었다. “요즘 몇 시간이나 자요? 밥은 제때 먹나요?” 그러고 보니 며칠째 잠을 푹 잔 기억이 없다.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빵, 저녁은 밤늦게 폭풍 야식. 운동은 숨쉬기가 고작이었다. 의사는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운동 좀 하세요” 하고 끝. 진료비도 받지 않았다. 김현정의 천변 진료실 ‘의사도 당한다’에서 말한 건강강박증에 대한 답도 한 가지다.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이 보약이라는 것. 너무 많은 병을 알아버린 현대사회에서 가장 어렵지만 중요한 치료법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