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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954호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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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6
등록 : 2013-04-13 20:20 수정 : 2013-04-13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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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군 봄은 어디쯤 와 있는가

햇볕이 따뜻한 게, 이제 완연한 봄인가 싶다. 아랍에도 봄이 왔다고들 했다. 독재정권은 무너지고, 민중의 지지를 받은 세력이 정권을 잡았다. 그런데 그 세력은 되레 권력을 강화하고, 그곳에선 다시 시위가 일어나고 있단다. 민중의 희망은 애처롭게 흔들린다. 멀리까지 갈 것 없이 우리의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봄인가 싶었는데, 아침 공기는 여전히 차갑다. ‘봄은 어디쯤 와 있는가.’ 세계 기사 속 마지막 말이 마음속을 헤집는다, 한참 동안.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봄은 도대체, 어디쯤 와 있는 걸까’.


구혜림 방을 정리하며

아이러니다. 편견을 줄이기 위해 과학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편견을 뒷받침하기 위해 과학수사가 동원된다니. 되도록 많은 사람의 이익을 최소의 비용으로 지켜내는 수단을 과학이라고 막연하게 믿어왔다. 결론은 아직 반증이 제시되지 않은 잠정적 상태에 불과함을 깨달았다. 정리는 소유의 재발견이었고 관계의 대발견이었다. 레드 기획 ‘정리, 그것은 소유의 재발견’을 읽고 책장과 수납장을 구매해 방을 정리했다. 정리하는 와중에 기계적으로 회상과 계획을 거듭한 결과 나는 내 자신과 조금 더 사귄 것 같다.

박가영 힐링이 아니라 킬링

크로스와 문화 기사가 20대를 다루고 있다. 오늘의 20대를 가리키는 말은 참 많다. 88만원 세대, 이태백, 삼포족…. 뭐 하나 기분 좋게 들을 만한 이름이 없다. ‘멘토’님 말씀대로 아프고 불행하니 당신이 꽤 그럴듯하게 보인다. 그러나 여기 한창 ‘20대 힐링’ 열풍이 불던 시절 애꿎은 책만 집어던진 20대가 있다. “세상이 불공평하지? 너희가 출세하면 돼.” 가뜩이나 험한 소리에 뭇매까지 맞고 있는데 또 너희 잘못이라고? 다시 젊은이들을 자책하게 만드는 약물이라도 되나보다. 이건 ‘힐링’이 아니라 ‘킬링’(killing) 아닌가.

박선희 자고 일어나니 빨갱이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인터넷 댓글 조작부. 국정원 얘기다. 국정원장이 지시하자, 직원은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서 댓글들을 조작했다. 정치 ‘종북몰이 연대’는 이 블랙코미디의 배경과 발전 방향을 보여준다. 기본은 보수의 적을 국민의 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 편 아니면 예외 없다’는 압축 설명.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 <지슬>이 떠올랐다. 자고 일어나니 빨갱이가 되어 죽임을 당한 사람들. 지금도 가능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국민 48%가 종북세력이다.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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