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갑은 왜 한쪽으로만 열라고 하나요?
 등록 : 2013-03-29 21:07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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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 적에 분유를 뗀 이후 매일매일 흰우유 500mℓ 이상을 흡입하는 여성 직장인입니다. 우유갑을 열려고 하면 ‘반대편으로 여십시오’라고 적혀 있잖아요. 왜 우유갑은 꼭 한쪽으로만 열도록 강요 아닌 강요를 할까요. 게다가 문구도 뭔가 반항심을 갖게 합니다.(‘우윳빛피부 여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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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일괄 구매한 우유 4개를 책상 위에 놓고 앉았습니다. 먼저 ㅅ사 흰우 유입니다. 개봉 금 안쪽 “항상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가 뭉클합니다. ① 양쪽으로 열어서 ②누르라는 안내도 친절합니다. 반대쪽을 봤습니다. “반대편을 여십시오”란 문구가 선명합니다. 무시한 채 ①양쪽으로 열어서 ②눌렀습니다. 종 이가 찌그러질 뿐 잘 열리지 않습니다. 후끈해진 마음으로 원샷을 때렸습니다. 
다음은 ㄴ사 커피우유. 역시 “반대쪽으로 여십시오”가 절 노려보고 있습니다. ‘반대편’과 ‘반대쪽’의 한 끗 차이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그새 훈련이 됐을까요. 약간 수월하게 열었습니다. 두 번에 나눠 마셨습니다. 
세 번째는 ㅂ사 사과우유입니다. 또 반대쪽으로 여시랍니다. 우씨. 손가락을 집어 넣어 찢었습니다. 목구멍으로 진입한 우유가 피곤한지 자꾸만 쉬었다 내려갑니다. 
마지막으로 ㅁ사 딸기우유. 어라! 대발견입니다. 반대쪽을 열라는 문구가 없습니 다. 마음이 막 훈훈해지고 그렇습니다. 꼭 냉장보관해 드시란 조언에 꼭 냉장보관 했다 먹어야겠다는 다짐도 해봅니다. 4통째 흡입입니다. 배가 살살 아파옵니다. 
ㅁ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왜 ㅁ사 우유에만 반대쪽으로 열라는 글귀가 없나요?” 상냥한 답변이 돌아왔 습니다. “그 문구보다 냉장보관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ㅅ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왜 우유갑을 한쪽으로만 열게 만드셨어요?”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우유갑(업계 용어 ‘카톤팩’)의 형태는 바닥 사이즈로 양분 됩니다. 70.21mm×70.21mm 규격은 250mℓ, 340mℓ, 500mℓ, 1000mℓ용으 로 사용되며 보통 일반 우유를 담습니다. 바닥 사이즈 56.91mm×56.91mm 규 격은 200mℓ용으로 쓰이며 주로 가공유나 요구르트를 포장합니다. 왜 우유를 한쪽으로만 마시도록 유도하는지는 우유갑 제조사가 정확하게 압니다. 국내에 서 우유갑을 만드는 회사는 4개사(경기도 안산에 3개사, 경북 구미에 1개사)가 전부입니다. 
ㅇ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비밀은 ‘실리콘’이었습니다. 제조사들은 우유를 마 시도록 지정한 쪽에만 투명 실리콘을 발라 개봉을 돕습니다. 대신 반대쪽은 접 착력을 높여 쉽게 열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우유갑 엔 한쪽에만 실리콘 처리가 돼 있습니다. 양쪽 모두를 실리콘 처리하면 미세한 틈이지만 우유가 새어나올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고 합니다. 우유회사에 따라 이 틈조차 없애려 실리콘을 아예 바르지 말라고 ‘특별 주문’하는 곳도 있다고 합 니다. 유산균 및 군납 제품은 따로 실리콘 처리를 하지 않습니다. 유산균의 경우 산성 성분이 누유 위험을 높이고, 군인들은 개봉의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상 대적으로 적어서랍니다. 
우윳빛피부 여인님, 깊고 고요한 새벽입니다. 덕분에 우유 4통을 제 속에 품으 며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들 우유가 뭐라고 시키든 나의 주체적 음용 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정말이지 우유는 하루 1통이 적절하다. 부디 우윳빛피부 평생 사수하시길 바라며, 전 설사하러 갑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