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 국군간호사관학교 윤지영·임혜령 생도
굵은 주삿바늘이 몸을 찔러도 두렵지 않다. 정맥에서 피를 빼가도 즐겁기만 하다. ‘백의의 천사’보다는 ‘백의의 어머니’라는 칭호가 더 어울리는 존재. 몸 아픈 것만큼 서러운 일이 없는 군대에서 병사들의 우러름을 한몸에 받는 이들이 바로 간호장교다. 그 ‘어머니’ 후보생들이 <한겨레21>을 찾았다.
국군간호사관학교(이하 국간사) 윤지영(23)·임혜령(22) 생도는 학보에 탐방기를 싣기 위해 대전에서 힘든 걸음을 했다. <한겨레21>의 열혈독자이기 때문인지 이리저리 사무실을 둘러보는 얼굴에 생기가 넘쳤다. “일하면서 가장 힘든 때는 언제인가요?” “학보사 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없나요?” 쏟아지는 질문에 서둘러 궁색한 답변을 늘어놓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두 생도가 <한겨레21>을 구독하게 된 것은 국간사 학보사에 들어오면서부터다. 편집국에 주간지가 정기적으로 배달되기 때문이다. 임 생도는 <한겨레21>만 읽으면 속이 시원해서 좋다고 한다. “비판할 건 비판하는 기자들의 뚝심이 느껴져요.” 그는 항상 신선한 발상이 번뜩이는 ‘시사SF’를 즐겨보고 최근에는 ‘기자가 뛰어든 세상’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윤 생도는 특히 베트남전 민간인학살을 다룬 기사들이 인상깊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직접 참전한 경험이 있는 아버지를 통해 베트남전 관련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매체들은 한번 터뜨리고 나면 그만인데, <한겨레21>은 문제를 끝까지 파헤치는 점이 좋았어요.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두 생도 모두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간사를 선택했다. 고3 때 학교설명회에서 국간사라는 말을 처음 접했다는 임 생도는 “그냥 의미있는 일인 것 같아서” 입학을 결심했다고. 군인이 되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놀란 부모님이 극구 말렸으나 결국 일을 저질렀다. 그러나 힘든 훈련 때마다 가장 생각나는 건 역시 부모님이었다. “밥먹을 때마다 어머니 생각이 간절하더라고요.” 어떤 훈련이 가장 힘들었냐고 묻자 입을 모아 유격훈련이라고 대답한다. 실제 훈련은 재미있는데, ‘막간’에 실시하는 피티체조 때문에 곤욕을 치렀단다. 군대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어찌 그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겠는가.
국간사 4년 과정을 마치고 나면 여러 지역의 국군병원에 배치돼 실제 근무를 하게 된다. ‘가관식’에서 영광의 간호사 캡을 쓰게 될 때까지 이들의 군사훈련과 의료실습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실습을 나가 ‘실험대상’인 사병들에게 주삿바늘을 이리저리 찌르며 진땀을 흘리는 두 생도도 이제 1년만 있으면 소위 계급장을 단다. 계속 군에 남아 있겠지만 혹시라도 진로를 바꾸게 된다면 간호사들만이 운영하는 병원을 차리고 싶다는 임 생도와 호스피스가 되고 싶다는 윤 생도. 인터뷰를 마치자 이들이 어떤 탐방기를 쓸지 궁금해졌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