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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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걸까요. 서울의 한 대학 심리학과 교수님께 전화를 돌렸습니다.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말씀하십니다. “그냥 우연의 일치 아닌가?” 다른 심리학과 교수님은 매우 ‘비심리학적’인 짐작을 해주셨습니다. 말하자면 ‘프로그램 편성론’입니다. 일단 영화 케이블 채널에서는 주말과 평일 시간대별로 시청자 특성에 따라 인기 영화를 편성할 겁니다. 사람들도 각자의 생활 리듬에 따라 텔레비전을 주로 시청하는 시간대가 있을 겁니다. 한 사람이 같은 영화를, 그것도 비슷한 대목에서 반복적으로 시청할 확률이 높은 거죠. 그러니 정말 보고 싶은 영화의 앞부분은 맨날 놓치는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케이블 채널 OCN에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홍보를 담당하는 이아사씨께서 시간을 좀 달라고 하더니, 아예 회사에서 취재를 한 모양입니다. 답이 돌아왔습니다. 시청자가 특정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시청을 해도, 같은 영화를 자주 볼 확률은 적답니다. 방송사는 영화를 시간대를 바꿔서 내보내는, 이른바 ‘순환 편성’을 한다는군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시간대에 따라 영화 장르가 비슷할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랍니다. 따라서 비슷한 설정과 장면이 동일 시간대에 등장할 확률은 높다는군요. 그런 편성이 시청자의 인식에 영향을 끼칠 개연성은 있다는 거지요. 말하자면 일종의 ‘착각’이 작용했을 수도 있는 겁니다. 옆에 있던 정은주 기자도 흥미로운 설명을 내놓습니다. 우연히 같은 장면을 계속 보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장면이기 때문에 반복해서 본다는 것이지요. 텔레비전을 볼 때 수십 번씩 오가는 채널과 프로그램 속에서 어느 영화를 반복적으로 시청했고 그걸 기억할 정도였다면, 그 장면이 그만큼 인상적이었다는 뜻이겠지요. 물론 또 하나의 추측일 뿐입니다. 아마도 여러 어림짐작 사이 어디쯤에 답이 있지 않을까, 다시 또 짐작합니다. 김기태 기자kk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