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에서 공깃밥을 시키면 왜 서비스로 된장찌개를 주나요? 김치찌개도 있고 고추장찌개도 있고 여러 찌개가 많은데 말이죠.(우세진씨)
마감 전날 된장찌개를 끓입니다. 엄밀히는 3:1의 비율로 청국장을 넣은 저만의 된장찌개죠. 질문처럼 고기 파티 뒤를 위해 끓인 것은 아닙니다. 아내와 함께할 저녁 식사의 주메뉴로 내놓을 것입니다.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질문이 재미없다고 타박하는 아내가 쌀을 씻어 밥을 안칩니다. 늘 재미있을 수는 없잖아, 라며 질문에 집중합니다. 왜 공깃밥에는 된장찌개를 줄까. 왜…, 왜…. 앗! 제주도산 감자의 표면을 지난 칼(장모님이 혼수로 해주신 세라믹 재질)이 새끼손톱을 만났습니다. 섬섬옥수 고운 손에 피가 맺힙니다. 일감을 집으로 가지고 온 저를 원망하는 수밖에요. 아내가 속상해할까 싶어 밴드를 붙이는 것도 뒤로 미루고 꾹 참습니다. 된장찌개에는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피 같은 된장찌개.
그래서입니다. 취재가 좀 거칠었습니다. “도대체 왜 된장찌개를 주시는 겁니까??!!!!” 질문에 정권 비리 보도 직전 팩트를 확인하는 데시벨이 적용됐네요. 취재에 협조해주신 많은 분들, 흠흠, 감사드립니다. 먼저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물었습니다. 기획홍보실 관계자는 난감한 듯 답합니다. “음식 궁합으로 보입니다. 돼지고기는 새우젓에 어울린다든지. 아무래도 고기를 먹은 뒤니까 된장이 개운하지 않겠습니까. 풍미 때문일 것 같은데요?”
요리 담당 기자를 지내고 ‘입만 살아가지고’라는 칼럼을 쓰는 동료 고나무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질문이 잘못됐다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김치찌개를 주는 곳도 있어요.” 외식업중앙회에서도 인정한 된장찌개 대세설을 뒤집는 발언입니다. 하지만 거리는 멉니다. 알고 보니 신제주에 위치한 흑돼지전문점에서 나오는 서비스라고 합니다. 그가 “된장찌개 재료 자체가 간편하고 금방 끓여내기 쉬워서”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X기자 부부의 주객전도’라는 칼럼으로 음식 유랑을 하는 X기자는 “된장찌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욱국도 많다”고 말합니다. 하하.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현장 취재에 나섰습니다. 한겨레신문사 앞 고깃집 사장님들에게 물었습니다. 입사 이래 5년 연속 부서 총무를 전담한 터라 회사 앞 식당들은 이른바 제 ‘나와바리’입니다. ‘간편함’과 ‘적은 비용’이 가장 많은 답입니다. 돼지찌개를 주특기로 삼고 있어 간편성이라면 오히려 된장보다는 돼지찌개가 더한 한 식당을 찾았습니다. 한겨레신문사가 생기기 전이니 20년 넘게 서울 공덕동 만리재에 자리잡고 있던 식당입니다. 그 옛날부터 삼겹살구이를 먹고 나면 서비스로 된장찌개를 냈다고 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돼지찌개를 맛보고 싶다면 1인분 7천원을 따로 지불해야 합니다. 이유를 물었습니다. 쉽게 말하지 않으십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겨레 식구들은 요즘 우리 식당 잘 안 와.” 재차 물었습니다. “고기 삶을 때도 비린내를 잡으려고 된장을 넣기도 한다”는 게 힌트입니다. 참, 단골만 되면 된장찌개가 아닌 돼지찌개를 줄 수도 있다고 하십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한겨레> 박미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