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촌리로 돌려놓기
[맛있는 뉴스] 부글부글
 등록 : 2011-07-26 16:34 수정 : 2011-07-29 14:28
 한때 소년이었던 이는 양촌리 이장집 둘째아들 용식이를 기억합니다. 응삼이나 일용이, 뭐 그런 친구들과 비교하면 참 멀쩡했죠. 용식이 아내로 나온 탤런트 박순천이 살짝 예뻤던 기억도 납니다. 그때는 소년이었으니까요. 소년 시절에는 어느 동네에나 ‘동네 바보’가 있었습니다. 할머니들은 이런 말씀을 하셨죠. “멀쩡하던 게 어쩌다 저리 됐을까. 쯧.” 혀를 ‘쯧’ 하고 차시는데, 그걸 따라하고 싶었지만 소년은 그게 쉽지 않았습니다. 어른들만 그런 소리를 낼 수 있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죠. 세상 좀 살아보고, 굴러보고 그래야 그런 소리가 나온다는 거죠. 소주를 마시고 입맛을 ‘짭’ 하고 다실 수 있게 된 나이 든 소년은, 요즘 들어 그 소리가 저절로 나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짭짭짭.
 
 한때 소년이었던 이가 살짝 나이가 들었을 무렵, 문화방송 <전원일기>에서 자전거 타던 유인촌은 한국방송에서는 삽질로 성공하는 주인공 역을 맡게 됩니다. 지금의 삽질 대통령을 모델로 했다는 드라마 <야망의 세월>이죠. 유인촌은 드라마 주인공인 자기보다 스타가 된 이휘향과 꾸숑(최민식)이 미웠을까요. 대통령도 자기가 인기 없다는 사실에 자기를 대충 모신 이 사람, 저 사람 다 미운 걸까요? 그래서 그랬을까. 아, 왜 그러는 걸까요? 
 “쯧쯧.” 그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한때 소년이었던 이는 소주를 두 잔 연거푸 마신 듯 ‘쯧’ 소리가 두 번 연달아 나왔습니다. 소년으로 기억되던 이는 2008년 촛불집회장 한 귀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유인촌은 양촌리로~. 유인촌은 양촌리로~”라는 구호를 쉬지 않고 외치던 여성이 번뜩 떠올랐습니다. 참으로 염소 같은 목소리였고, 그러자니 참 목가적인 성대를 가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띠리리 띠리리리리~이이잉’으로 시작하는 <전원일기> 주제가처럼 들리더니 초가집이 떠올랐고, 초가집 하니 민속촌, 촌 하니 유인촌까지 줄줄이 연상되더니 유인촌은 정말로 양촌리로 꺼져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더랬습니다. 그 유, 그 유인촌이 돌아온 것입니다. ‘유 윌 비 백.’
  
 양촌리에서 가장 잘나가던 용식이네 집, 그러니까 이장집에도 회전문은 없었습니다. 있었다면 귀동이 아들 노마가 놀이터로 이용하다 다 부숴먹었겠죠. 그런데, 삽질 대통령이 만든 회전문은 역시 튼튼한가 봅니다. 돌려도 돌려도 돌아갑니다. 돌려막기는 카드만 되는 줄 알았는데, 유인촌·박형준·이동관, 연체이자 세게 물었던 추억의 이름들이 끊임없이 돌아옵니다. 난 네가 이번 정권에서 한 일을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납량 특선이 따로 없습니다. 
 장관 시절 막말에 나이 든 예술계 선배들 내쫓는 걸 보니 아버지 최불암, 어머니 김혜자, 형 김용건이 가정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은 걸까요. 소년으로 살았던 이는 막말문화 창달에 앞장섰던 유인촌을 문화부 장관에서 물러난 지 1년 만에 다시 문화특별보좌관으로 내정한 이명박 대통령을 생각하자니 3연속 “쯧쯧쯧” 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러고는 할머니 말씀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멀쩡하던 게 어쩌다 저리 됐을까.” 할머니, 그런데요 처음부터 멀쩡하지 않았을지 몰라요. 
 여기서 문제. 대통령이 다음번에 할 것은? 돌려차기, 돌려막기, 돌려깎기, 4대강 돌려놓기.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