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격 태격
“어른다운 어른 없는 시절, ‘영원한 현역’ 추억해” 변인숙: 8월도 벌써 중순이 지났네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주기군요. 지숙씨 메신저 아이디 ‘▶◀Simple Life & High Thinking’ 시기와도 맞물리네요. 박지숙: 네. 원래는 리영희 선생님 좌우명이에요. 그 말씀에 감명받아서요. 항상 표지이야기부터 얘기했는데, 이번엔 제일 좋았던 기사, 나빴던 기사를 얘기해볼까요? 전 특집1 ‘김대중 정신을 잊은 민주당’이 좋았어요. 1주기라는 의미에 비해 약한 부분도 있지만, 민주당에 대한 비판과 ‘영원한 현역’이라는 표현이 와닿았어요. 전직 대통령이 두 분이나 돌아가시고 보니 진짜 이 나라에 어른다운 어른이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변인숙: 감정에 치우친 문장이 많은데, 좀 건조하게 가주면 좋지 않았을까요. 회고체 문투는 새로운 기획이라기보다는 시중에 출간된 평전의 내용을 다시 전달받는 느낌이었어요. 정치가를 존경하는 것과 기사를 읽는 것을 별개의 입장에서 접근하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많았어요. 박지숙: 좋았던 기사는 뭔가요?
변인숙: 표지이야기와 레드 기획 ‘뻔뻔한 것이 멋지다’까지 주르륵 맥락이 잡히는 게 좋았어요. 표지이야기 ‘누명 쓴 시민이 늘고 있다’를 보면서 사람들이 감시를 피해 은연중에 자기검열을 하고, 그게 다른 쪽에서는 개인적으로 침잠해 뭔가 그들만이 탐닉하는 놀이 방식으로 발전하는구나 하고 느꼈어요. 박지숙: 표지이야기는 이미 했던 얘기를 다룬 듯해요. 주요 인사들의 무죄 행진이나 검찰의 기소편의주의는 전에도 심도 있게 다룬 부분이라 아쉬웠어요. 변인숙: 그래도 잡지를 가끔씩 사보는 독자에겐 유용하지 않을까요? 박지숙: 문제가 되는 사안을 지속적으로 다루는 것은 아주 중요해요. 하지만 중요한 만큼 독자 역시 여러 매체를 통해 많이 접하지 않을까요. 이번호에서 제일 아쉬운 기사가 특집2 ‘부장님, 멱살 한번 잡히십시다!’였어요. 직장인의 애환을 그리는 시도는 좋은데, 알 만한 내용을 정리했어요. 변인숙: 결국 ‘참고 산다’ 이런 거니까요. 초점 ‘588의 낮은 588의 밤보다 위험하다’도 아쉬웠는데요. 성매매 여성을 지켜줄 이는 아무도 없다는 자조적인 현실로 글을 맺었죠. 박지숙: 이런 사안일수록 냉정하게 다뤄야 한다고 봐요. 성매매 문제는 욕망과 감정이 얽힌 건데, 빈곤과 약자의 문제로만 다루면 감상에 젖을 것 같아요. 변인숙: 정책적인 부분과 개인의 삶 부분을 나눠서 접근했으면 해요. 항상 독자편집위원회에서 지적이 나오는 ‘사이언스온’은 이번에는 쉽게 읽히고 대화도 이리저리 통통 튀어 따라가는 맛이 있었어요. 레드 기획 ‘뻔뻔한 것이 멋지다’는 어땠어요? 박지숙: 현상을 너무 확대해석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변인숙: 전 오히려 해석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가벼운 소재를 ‘연대와 자아찾기’ 등 계속 무겁게만 해석하려는 듯해 교훈적이란 생각이 들던데요. 웃음의 전략을 다각도로 분석했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한겨레21>은 약간 ‘뒷심’이 떨어질 때가 있어요. 표지이야기를 비롯한 앞부분 외에 뒤에도 힘을 실어주면 좋겠어요. 박지숙: 네, 강약 조절이 필요한 듯해요. 이정도로 할까요? 독편위 모임 때 봐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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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823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