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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아빠, 지도 그릴 때 밀물이 기준이야, 썰물이 기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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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22 17:05 수정 : 2010-06-2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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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지도 그릴 때 밀물이 기준이야, 썰물이 기준이야?. 한겨레 강재훈 기자
“아빠, 지도 그릴 때 말이야. 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잖아. 그래서 전에 서해안에 갔을 때, 물 빠졌을 때, 아주 멀리까지도 걸어갈 수 있었잖아. 심지어는 썰물 때 육지와 섬이 연결되는 곳도 있다는데, 이런 곳은 지도 그릴 때 어떻게 해? 썰물 기준이면 좋겠다. 그럼 우리 땅이 더 넓어질 텐데.”

“….(땀 삐질)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 물어봐주마! 음하하하하핫.”(김세원 아빠)

→ 김세원 어린이 안녕하세요? 친절한 아버지를 두셨군요. 아버지가 친히 질문을 신청해주셨습니다. 참고로 저는 세원 어린이의 아버지 김보협 기자의 앞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입니다.

답은 고등학교 1학년 사회책에 힌트가 있습니다. 웬만해선 곧 배울 테니 기다리라 하고 싶었는데,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라니 4년이나 호기심을 누르라는 건 너무 잔인한 것 같네요. 고등학교 1학년 사회책 한국지리 부분 ‘국토와 지리 정보’ 단원에서는 우리의 땅·바다·하늘의 범위를 알려주는데요, 우리 땅이라 부를 수 있는 영토를 설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세원 어린이가 궁금해했던 대로 육지와 바다를 구분하는 기준선이라고 합니다. 이때 우리 땅이 더 넓어지려면 바닷물이 최대한 멀리 물러났을 때를 기준으로 삼는 게 좋겠죠? 이를 ‘최저간조선’이라고 하는데, 이걸 기준 삼아 영토와 영해의 경계를 나눈답니다. 그러니까 (세원 어린이가 원하는 대로) 우리 땅의 범위를 잴 때는 물이 가장 많이 빠져나갔을 때를 기준으로 삼는 것입니다.

확인을 위해 고등학교 때 지리 선생님께 전화를 드리려 했더니 졸업한 지 10년이 지난지라 성함이 가물가물…. 고씨 성을 쓰셔서 ‘고지리’라는 별명으로 불리셨던 건 생각나는데…. 그래서 전국지리교사모임의 회장을 맡고 계신 서울 관악구의 난우중학교 박래광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법률 제4986호 영해 및 접속 수역법에도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고 친절히 ‘검증’해주셨습니다. 국토 범위는 우리나라 주권이 어디까지 미치느냐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수능 모의고사에서도 단골 문제라고 하네요.

그런데 예리한 어린이라면 뭔가 이상하다 싶어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겠네요. “썰물 때 기준이면 섬이랑 육지가 붙을 때도 있는데 지도에는 그런 게 안 나오잖아요!” 네, 그래서 지도는 해안선을 기준으로 그려지는데요, 해안선은 음… 측량 수로 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바닷물이 최고로 높이 찼을 때, 다시 말해 밀물 때를 기준으로 한답니다. 그래서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해안선을 기준으로 육지가 그려져 있고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져 나갔을 때의 부분은 점으로 따로 표시돼 있는 걸 찾아볼 수 있어요.

지리 문제를 얘기하다 보니 ‘고지리’ 선생님의 얼굴이 눈에 삼삼하네요. 여전히 성함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선생님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떠오릅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한참 전 얘기이긴 한데요, 선생님이 딸을 얻게 돼 학생들에게 이름을 공모했다고 합니다. ‘양희’ ‘리라’ 등 예쁜 이름들이 접수됐는데요. 성과 같이 쓰면 고양이·고릴라가 연상되는 미묘한 이름들이라 선생님이 불같이 화를 내 교무실이 휘청휘청했다나 어쨌다나. 그때도 지금도 무슨 이름이 당첨됐는지는 알 길이 없는데. 저도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 편지를 보내볼까봐요.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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