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격 태격
“그를 부정해도 그의 철학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박지숙 : 부일, 안녕! 811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특집이었어. 홍부일 : 네, 누나는 어떠셨어요? 저는 특집이라고는 해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기사가 너무 많아 좀 그랬어요. 1주기를 그냥 넘길 수도 없었겠지만 레드 기획까지 노 전 대통령 관련 기사가 실려서요. 하지만 기사 자체는 모든 세대의 의견을 아울러서 좋았어요. 박지숙 : 레드와 출판은 노 전 대통령 사진전이 열리고 자서전 등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으니 짚어주는 게 무리가 없었다고 봐. ‘2부 회한’에서 참여정부 당시 지지하다가 비판으로 돌아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 좋았어. 당시 가혹하게 비판하던 정태인이나 손석춘 같은 이들의 생각이 궁금했거든. 서거 뒤 그들은 어찌 생각할까, 여전히 같은 생각일까. 정책적 비판과 더불어 노 전 대통령의 인격에 대해서도 비판한 사람들이었기에 궁금했거든. 이들을 찾아가 노 전 대통령 집권 당시와 지금의 심정을 엮은 건 좋은 시도였어.
홍부일 : 마지막 ‘n개의 노무현, ∽의 노무현’이 마음에 남아요. 저도 n개의 노무현 중 하나가 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어요. 박지숙 : 노 전 대통령의 철학인 ‘원칙과 상식’은 진보·보수를 떠나 지성 있는 사회라면 추구할 가치여서 울림이 더 큰 거 같아. 노 전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아도 그 철학을 부정할 사람은 없으니까. 홍부일 : 기사를 읽으면서 왠지 성찰 같은 것도 했어요. 솔직히 n개의 이명박 하면…. ㅠㅠ 박지숙 : 이명박 대통령도 자수성가한 사람이지만 때로 편법·불의와 타협하며 성공했고 노무현은 불의와 싸우는 모습을 끊임없이 보였잖아. 그는 ‘인간 노무현’으로서 사람들에게 교훈을 줬다고 봐. 우리나라에서 저런 인물이 나올 수 있구나, 정정당당한 사회가 오는구나, 뭐 이런 생각들. 홍부일 : 지난해 5월이 노랗게 물들 수 있던 것도 그런 이유들 때문 아니었을까요? 박지숙 : 그래. 나 또한 노 전 대통령 덕분에 정치와 사회에 크게 눈을 떴어. 비굴하지 않은 모습이 내 머리를 깨게 했거든. 한 가지 궁금한 것은 노 전 대통령 유가족 얘기였어. 상처가 있는 사람들을 취재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근황이라도 짧게 다뤘다면 어땠을까. ‘V자’ 날린 손녀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알고 있을까, 뭐하고 있을까 궁금했는데. 홍부일 : 저도 그 부분은 조금 아쉬웠어요. 박지숙 : 또 안타까운 것은 광주가 좀 묻혔다는 거야. 분량을 더 늘려서 다뤘으면 어땠을까. 홍부일 : 사실 제 세대는 광주 사건이 6·25 정도로만 기억돼요. 근현대사 수업 시간에 의의를 외우는 정도로 그치는,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만요. 박지숙 : 역사적 사건을 나의 문제로 인식하게 하는 것, 언론이 할 일이야. 홍부일 : 저는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면서 많이 느꼈어요. 그런 식으로 와닿는 교육이 있어야 하는데. 박지숙 : 5월을 ‘민주주의의 달’로 정해 다양한 행사와 세미나를 열면 좋겠어. 쉽게 잊고, 어렵게 얻은 것을 당연히 여기니 역사가 후퇴하는 게 아닐까. 홍부일 : 이번 정부에서 5월을 묻으려 한다는 말도 들었어요. 박지숙 : 그럴수록 자신들이 독재정권에 뿌리를 두고 있단 걸 보여주는 거지. 홍부일 : 5·18의 의의를 부정한다는 건 민주사회의 근간을 부정하는 거예요. 박지숙 : 그렇지? 그래도 다시 희망이 오겠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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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811호









